몇 년 전, 하자소송 1심에서 진 시공사가 내게 재감정 자문을 요청해온 적이 있다. 서류를 읽어보고 바로 거절했다. 내가 나서면 그 회사가 더 크게 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좀 특이한 경우였는데, 집 주인이 하자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고 소송을 시작했다. 내가 보기엔 그 집의 하자가 가벼운 수준이 아니었다. 꽤 심각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그 심각성을 몰랐다. 그러니 소송이 하자의 핵심을 못 건드리고, 곁가지만 몇 군데 건드린 채로 진행됐다. 법원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인은 보통 '제기된 쟁점' 중심으로 판단한다. 결국 결과는 몇천만 원 수준의 수리비 보상. 집 상태에 비하면 너무 작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시공사는 그 정도도 인정 못 하겠다고 항소를 했다고 했다. 내가 그 판에 들어가 판이 뒤집히면 자문을 요청한 시공사에게 불리하다. 그러니 거절할 수 밖엔... 시공사의 뻔뻔함이 느껴지고, 상대방 집주인은 모르고 당한 느낌이라 마음이 불편했다. 세상에는 무식해서 용감한 사람도 있고, 자기 잘못이 뭔지도 모른 채 끝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집주인이 소송 전에 나 같은 사람에게 먼저 검사를 의뢰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진 않았을텐데... 변호사는 법 전문가이지, 집의 결함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집주인 말만 듣고 소장을 작성헸을 것이다. 그러면 소송에 시간과 돈을 쓰고, 정작 얻는 건 기대보다 훨씬 작아진다. 결과적으로 집주인만 손해 보는 구조가 된다.
어제는 며칠 전 상담 글 올렸던 분이 진행 상황을 댓글로 남겨놓은 걸 봤다. 시공사가 하자 아니다라고 버티던 부분인데, 이제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상대가 강하게 부정하니 혹시 내가 틀렸나 싶은 불안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게시판에 올리고, 하자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부터는 대응이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긴 거다.

원래 하자 분쟁이 그런 식이다. 하자가 맞아도 시공사가 목소리 크게 부인하면 흔들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가 비대칭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업자고, 나는 소비자다. 그러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저 사람이 더 많이 하는데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건축 하자 문제에서는, 그 비대칭을 깨기 위해 전문가를 써야 한다. 소송할 때 변호사를 쓰듯, 하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주택하자 전문가가 필요하다. (즉, 나 같은 사람) 그래야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이 핵심 문제인지,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 판단이 선다. 그걸 놓치면 앞서 그 사건처럼 시간과 돈은 쓰는데, 결과는 초라한 상황이 된다.
전문가의 시대라는 말은 결국 이 뜻이다.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 것. 모르는 분야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쓰는 게 가장 싸고, 가장 빠르고 얻을 것이 많다. 그래서, 부자들이 전문가를 제일 활용을 잘한다. 부자가 계속 부자가 되는 이유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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