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집을 나서 현장에 도착했다. 집 주인 오기전에 미리 집 주변을 한번 살펴본다. 굉장히 오래된 낡은 벽돌블록집이다. 비어 있는지도 꽤 된 것 같다. 궁금하다. 이 집을 왜 샀을까? 무얼 봐 달라고 하는 것일까?

집을 둘러보니 옛날 어린시절 살던 집이 어렴풋히 떠오른다. 그래, 옛날엔 이런 집에서 살았었지. 족히 40~50년은 되어보이는 집이다. 겉은 벽돌이지만 그 안쪽에는 시멘트 블록으로 된 구조이고 지붕은 슬라브 지붕이었다. 보아하니 원래는 1층 짜리 집이었는데 옥상위에 2층을 증축했고, 대문쪽으로도 집을 늘렸다. 예전에는 공간만 있으면 집을 늘려서 세를 놨었는데 딱 그런 집이다.

실내를 둘러본다. 처음에 왜 창을 저리도 크게 냈었는지 궁금하다. 이유가 있었겠지. 아마도 그땐 바깥쪽에 이웃들이 없는 산이거나 텃밭 같은 것이었으리라. 나무창인데 귀퉁이 쪽엔 창틀이 다 삭아서 떨어진다. 물이 들어온 흔적이다. 예전 나무창틀은 나왕이나 티크로 만들어서 꽤 단단한 것들인데 저리 된 것을 보니 오랫동안 누수가 진행이 되었던 것 같다.

이곳은 주방이다. 싱크대는 다 없어졌지만... 주방 위쪽에 다락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집마다 주방위에 다락이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펜트리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요즘 같은 펜트리나 붙박이장들이 없던 시절엔 저런 다락들이 수납공간의 역할을 했다. 작은 집을 요리조리 쪼개서 방들을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에 다락은 필수적인 공간이었다. 대신 주방은 높이가 낮아 조리를 할때는 푹푹찌는 열기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래서, 벽에 환풍기팬은 필수, 옛날 주부들 고생 참 많았다.
옛날 집을 만나서 간만에 추억에 젖어보았다.

사실 이런 집은 단열검사 같은 것은 필요가 없는 집인데, 집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인지라 이 집의 상태를 제대로 알고 싶고, 어떻게 수리할까를 알아보시기 위해 연락이 온 건이다. 생각 참 잘하셨다.
문의사항의 핵심은 돈 많이 안들이고 이 집을 수리하여 생활할 수 있게 고칠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정도 수준까지 수리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인지를 들어보니 기본적으로 아파트 수준은 되어야 하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 이런 집을 그 정도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선 외벽과 지붕골조 빼고는 다 뜯어내고 다시 만들어야만 한다. 다 뜯고 다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면 새집 짓는 비용 정도 생각해야만 한다. 즉, 새로 집짓는 비용이나 리모델링하는 비용이나 거의 같다는 이야기이다.
뭐가 그리 많이 들어가나 하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에 이런 집들 리모델링 하면서 얻는 경험에서 나온 얘기는 믿으시는 것이 좋겠다. 그냥 한번 뜯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다 뜯어내게 된다. 게다가 새로 만드는 것은 편하고 공사기간도 짧은데 고치는 것은 작업도 어렵고 공사기간도 길어진다. 그리고 아무리 잘 고쳐놓아도 새집만 못하다. 예상되는 그런 문제점들을 얘기해 드렸다.
그결과 의뢰자께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원하는 집은 제대로 안나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현명하게 손을 뗄 것인가를 즉시 판단을 하셨다. 칼같이 손절하셨다. 바로 부동산으로 가셔서 집을 다시 내놓은 것이다. 짐작컨데 집 수리에 대해서 잘 모르시고 집의 상태를 보는 지식과 경험이 없다보니 몇천만원정도만 들여서 고치고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적절한 조언은 상황판단을 빨리하게 만들어 준다.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을 바로 선택하셨다.
아쉬운 것은 애초에 집을 사기전에 문의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랬으면 사고 팔고 왔다갔다하는데 들어간 비용과 다시 급매로 내 놓으면서 깍아주어야만 했던 비용 등은 들어가질 않았을 것이다. 올라오면서 생각해보니 홈인스펙터는 주식 애널리스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의 상태와 가치를 파악해서 알려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택하자 검사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자분쟁 승패는 '증상 나열'이 아닌 '과학적 원인 입증'에 달렸다 (0) | 2026.01.03 |
|---|---|
| 주택검사 사례) 새로 이사한 집에서 원인모를 질병이 생겼다면 곰팡이문제 (0) | 2025.12.21 |
| 나이 들수록 더 일이 필요한 이유, 과거만 반복재생하는 노땅꼰대 방지법 (0) | 2025.12.06 |
| 주택검사를 받으면 그후에 집 고칠때도 계속 무료 조언을 받을수가 있어요. (0) | 2025.11.30 |
| 하자소송을 하겠다면 먼저 주택검사부터, 소송은 감정이 아니라 팩트 싸움 (1) |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