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검사를 요청하는 분들의 직업은 다양하다.묻지는 않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의 비율이 높다. 서재에 꽂힌 책이나 사진, 상패 등을 보면 대충 뭘 하시는 분인지 짐작이 간다. 검사, 변호사, 교수 등 다양하지만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직업이 의사이다. 내가 국내 최초로 주택검사를 한다고 블로그 등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그랬다. 어떻게 알고 전화 했는지 모르겠지만, 초창기부터 의사 선생님들의 검사 요청이 많았다. 신기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의사들은 주택검사에 대해 낯설어 하거나 거부감 같은 것이 없었다. 오히려 당연히 먼저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게 인상적이었다.

초창기에 검사했던 판교 주택, 화재의 흔적이 있었다.
처음엔 단순하게 의사라는 직업이 전문직인지라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사람들이다보니 집도 그 분야에 전문가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땐 그저 흥미로운 현상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건축병리학을 공부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들은 기본적으로 매일매일 하는 일이 진단이다. 뭔가 액션, 즉 처방과 치료를 하기전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바로 진단이다. 그리고, 늘 타과의 의사들과 함께 협업을 한다. 자신의 분야 밖의 일엔 다른 전문가들을 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집이나 상가건물 등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뭔가 문제가 있을 때에도 그 분야의 나 같은 전문가를 찾는 것이 당연한 프로세스 같다는 것이다.

상가 천정에 생긴 물자국들, 누수냐 결로냐 판단에 따라 건물가격에 차이가 생겨난다.
게다가 그 분들이 보기엔 내가 하는 주택검사가 본인들이 하는 일과 비슷한 측면이 많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택의 하자문제를 검사하는 일은 포렌식 검사법, 즉 법의학 검사법이 사용이 된다. 각종 증거자료들을 모아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를 추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곤, 그에 따라 처방을 내린다. 프로세스가 비슷하다. 기존에 주택 등의 부동산에 대해서 그런 식의 과학적 접근 방식을 쓰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 분들 눈에 띄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 의사들이 늘 강조하는 것이 예방의학이다. 병이 생기기전에 관리를 잘 하라는 것이다. 병 생긴 후 치료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예방의학에서 중요한 것이 평상시의 유지관리와 건강검진이다. 주기적인 이상유무 체크, 의사들이 집을 사람과 같은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런 예방의학, 건강검진이 바로 내가 하는 주택검사이다. 때문에 초창기부터 의사 선생님들의 검사 의뢰가 많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쨋거나 밤낮으로 의학분야 연구에 시간을 쏟아붓는 의사선생님들이 집이나 부동산 사는 것까지 시간을 쓸 여유는 없었을 것이고, 문제가 없는 건물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선 그래도 믿을만한 건축관련 진단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을 것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전문가는 전문가를 알아다는 얘기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주택검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낮다. 하지만, 집이나 건물들도 사람처럼 유지관리하고 보수해야만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보편화가 되면 앞으로 주택검사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말이다. 그 날을 위해서 난 오늘도 또 열심히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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