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된 얘기이다. 최근에 비슷한 일이 있어서 생각이 났다. 집주인들이 너무 아는게 많아 생각이 복잡하다보면 생기는 일이다. 주택 검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이상증상이다. 본인들 집이니 알아서 하겠지만, 주택 하자문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은 내 입장에서 보면 좀 안쓰럽기는 하다. 결국엔 더 큰 문제가 될텐데...
주택검사를 했던 집이 있다. 건축한지 십여년이 지난 집이었는데 좀 특이했다. 뭐랄까 형태도 좀 남다르고 건축 해 놓은 상태가 왠지 두서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거기에다가 집주인이 집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 과정에서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것들이 오히려 더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이었다. 건축이나 관리가 도대체 정리가 안되는 집이라고나 할까?

데크에 생긴 버섯이나 그 밑의 기둥이나 뭐가 이상하다!
같은 홈인스펙터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주택검사 방식은 미국의 홈인스펙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면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홈인스펙터는 종합건강검진, 나는 외과적 진단이다. 미국에선 육안검사 중심의 체크리스트 방식이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을 체크리스트에 따라서 하나하나 체크하고, 이상이 있어 보이는 것엔 관련 전문가의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을 적어 놓는다. 아이폰이나 패드에서 사용하는 표준화된 툴이 있다. 때문에 점검항목수는 많아도 간단하게 끝이 난다. 반면에 난 하자문제를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체크리스트는 안쓴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서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이 내 방식이다. 때문에 사전 준비와 현장점검, 그리고 사후분석과정이 또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때 그 집은 잘못된 부분들이 꽤 있었다. 또 집을 관리하기 위해서 취해놓은 조치들이 오히려 집을 더 망치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런저런 얘길해주면서 이미 문제가 되는 부분과 앞으로 문제가 될만한 부분들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현장조사 작업을 했다. 그리고 돌아와 관련된 자료를 검토하는 중이었는데 연락이 왔다. 장문의 메일이었는데, 내용인즉 검사과정에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하나 하나 점검해 줄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해주었다는 얘기이다. 결론은 그러니 검사 자체를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당황스러웠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너무 많은 것을 말해주었나? 미리 검사비를 다 받고 나갔어야만 하는 일이었나? 그나저나 고칠 것들이 많은데 그래도 알려줘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뻔히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는데... 성질은 나지만 홈인스펙터의 윤리문제도 있는데 어떻하나 고민 좀 했다. 하지만, 결론은 상대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를 해버렸으니 나도 뭐 져야만 할 책임이 없는지라 그냥 모른체 하기로 했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당시 집주인이 알고 싶었던 것중에 핵심 질문이 이런 것이었다. 이 집은 리모델링을 해서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헐고 다시 짓는 것이 좋을까? 그땐 리모델링을 해도 될 것 같았지만, 아마도 지금은 헐고 다시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판단이 바뀔 것이다. 왜냐면 그 동안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질 못하다보니 더 큰 병으로 악화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이나 사람이나 병 있을 땐 빨리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데 그걸 뭔가 자신의 생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를 한다면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다. 본인이 스스로 그렇게 잘 알면 의사나 병원이 왜 필요할까?


'주택하자 검사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간만에 아파트 창문 누수현장 검사를 나갔더니... 역시 다 벗겨내질 않으면 (4) | 2025.08.19 |
|---|---|
| 상담한다고 다 주택검사 가는 것도, 다 누수원인을 찾는 것도 아닌데 왜? (6) | 2025.08.14 |
| 하자 X파일) 병원 천정 속이 곰팡이 투성이, 없던 병까지 더 생기지 않을까? (3) | 2025.08.04 |
| 징크패널, 샌드위치판넬 조립식 창고형 건물의 이상한 냄새문제 원인과 해법 (6) | 2025.08.01 |
| 에어컨을 켜도, 제습기를 돌려도 집이 습하다면 벽에 난 구멍부터 찾아야만 (3) | 202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