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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생각

옥상 위 삐죽 솟은 철근의 비밀: 왜 중동의 집들은 공사하다 만 것처럼 보일까?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6. 2. 24.

영화나 다큐멘터리 속 중동·북아프리카 주택 옥상에 왜 항상 삐죽한 철근과 쌓다 만 벽돌이 있는지 궁금하셨나요?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서 찾은 반전의 해답을 공유합니다. 가난이나 기술 부족이 아닌,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 속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한 그들만의 가장 스마트한 '투자 포트폴리오'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1. 팩트풀니스가 던진 질문: "우리의 상식은 과연 표준일까?"

최근 한스 로슬링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를 읽고 있습니다. 통계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이 책은 우리가 가진 '세상에 대한 편견'을 산산조각 냅니다. 책을 읽던 중, 오랫동안 품어왔던 의문 하나가 명쾌하게 풀렸습니다.

바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주택들의 기묘한 모습에 대한 비밀입니다.

 

공사를 하다가 만 것 같은 중동의 한 주택 모습

## 2. 공사 중단? 부도 현장? 우리가 오해한 풍경들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상을 보면 집들이 하나같이 비슷합니다.

  • 옥상 위로 삐죽하게 솟아 나온 녹슨 철근
  • 마감이 되지 않아 거친 벽돌 벽면
  • 마치 짓다가 자금이 떨어져 방치된 듯한 외관

한국인의 관점에서 이런 집은 '부도난 현장'이나 '소송 중인 건물'로 보이기 쉽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기술이 부족해서", 혹은 "가난해서 집을 대충 짓는구나"라고 촌스러운 오해를 해왔습니다.

## 3. 벽돌이 은행보다 안전한 나라의 '생존 전략'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에게 미완성된 옥상은 **'가장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었습니다.

  •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 인플레이션이 심하고 화폐 가치가 요동치는 나라에서는 은행 예금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 현물 자산의 가치: 돈이 생기면 화폐로 들고 있기보다 **'벽돌'**을 삽니다. 벽돌은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확실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 성장하는 집: 돈이 모이면 벽돌을 사고, 조금 더 모이면 한 층을 올립니다. 옥상의 철근은 **"언제든 자금이 생기면 위로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투자의 흔적입니다.

"그들에게 집은 주거공간인 동시에, 은행보다 튼튼한 '금융 상품'입니다."

## 4. 맥락을 알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리가 "왜 저렇게 지었지?"라고 묻는 동안, 그들은 그 사회에서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었던 것입니다. 팩트풀니스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내가 모르는 맥락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내 눈에 허술해 보이는 풍경이 그 사회에서는 최적의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

## 결론: "저건 틀렸다"고 말하기 전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옥상 위 삐죽한 철근은 기술 부족의 증거가 아니라, 거친 환경에서 가족의 자산을 지키려는 치열한 노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집을 짓는 방식도, 돈을 지키는 방식도 다 다릅니다.

 

내 상식의 잣대로 타인의 삶을 쉽게 판단하기보다, 그 이면의 **'빌딩 사이언스적 맥락'**과 **'경제적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