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단순한 게 좋다.
이게 내 기본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패시브하우스니, 고기밀·고단열이니, 최첨단 고성능이라는 말이 나오면 좀 삐딱하다. 첨단이 싫어서가 아니다. 복잡해지는 게 싫다. 자연의 법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복잡하면 고장이 더 잘 난다."
엔트로피니 확률이니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부품이 많으면 망가질 확률도 많아진다.
옛날 집은 단순했다.
어디가 새면 거기만 새고, 문제가 생겨도 집 전체가 문제가 될 일은 드물었다. 각자 따로 노는 분산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요즘 집은 다르다. 다양한 하위 시스템들이 있고, 또 그 시스템들이 서로 엮여있다. 하나가 삐끗하면 다 같이 흔들린다.
이걸 시스템 이론에서는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라고 한다. 큰 시스템이 한 부분 때문에 전체가 멈춰버리는 현상이다. 그래서 중요한 시스템들은 항상 백업 회로를 둔다. 하지만, 집은 그 정도로 중요한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없다.
요즘 집은 성능이 좋다.
에너지 효율도 좋고, 열손실도 적고, 이론상 완벽하다. 문제는 그 완벽함이 모든 조건이 정상일 때만 유지된다는 점이다.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피해가 커지고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기밀 구조는 건조력이 약하다. 예전 집은 바람이 숭숭 들어와서라도 말랐다. 요즘 집은 잘 안 마른다. 젖으면 오래 젖어 있다. 그게 열화로 이어진다. 게다가 구조가 복잡하니 고치기도 어렵다. 보수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집 잘못 고쳐서
오히려 더 망가뜨리는 사례가 왜 늘겠는가. 복잡하니까.
정리해보자.
복잡하면 고장 나기 쉽고, 고장 나면 전체 시스템이 흔들리고, 피해는 커지고 고치기는 어렵다.
그러니 내가 삐딱해질 수밖에. 나는 고성능이 싫은 게 아니다. 고성능을 위해 복잡해지는 구조가 걱정되는 것이다.
그럼 어쩌라고?
너무 극단으로 가지 말자는 얘기다. 지금 에너지 기준을 맞추되, 유지관리와 보수가 쉬운 구조로 짓자는 얘기다.
집 짓는 일은 사람 사는 방식과 닮았다.
너무 완벽하려 들면 피곤해진다. 극단을 추구하면 균형이 깨진다. 집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단순하고, 적당히 성능 좋고, 고치기 쉬운 집. 나는 그런 집이 좋은 집이고 또 오래 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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