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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생각

가족을 경영의 대상으로 보면 안되는데... 회사에나 적용할 원리를 왜?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5. 12. 10.

아침에 뉴스 훑어보다가 기사가 하나 걸렸다.

“은퇴 후 가족 사이가 더 나빠져…”

뭔 얘긴가 싶어 읽어봤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데, 글쓴 사람의 태도에서 묘한 냄새가 난다. 아, 이 양반. 가족이 별로 안 좋아하겠구나. 그 느낌 말이다. 본인은 모르지만 하는 얘길 가만히 들어보면 느껴지는 촉이 있다.

내용중 딱 내 촉에 걸린 내용이 이런 것이다.

“샤워한 사람은 바닥 물기를 닦고 나와야 한다.”

가정에도 이런 규칙을 만들어서 회사처럼 ‘경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뭔가 잘못되었다. 아직도 본인이 어느 회사 대표라는 틀에서 못 벗어난 분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가정도 회사처럼 움직이고 싶으신 것 같다.

솔직히 난 집사람이나 애들이 욕실을 어질러놔도 그냥 피해서 다니면 된다. 아니면 내가 닦으면 된다. 그걸로 끝이다. 왜냐면 그 정도 일로 서로 짜증낼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못하고 규칙을 만든다고? 그때부터 이미 가족은 ‘식구(食口)’가 아니라 ‘타인’이 되는 거다. 규칙을 안지키면 어쩔껀데?

관계엔 마음의 여유 용량, 버퍼(buffer)가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버퍼가 크고, 멀수록 작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말조심을 하는 것이다. 사용 후 청소 규칙이라는 건 원래 남들과 같이 살 때 필요한 장치다. 버퍼가 작아서 금방 싸움 나는 곳. 그걸 집안에서 끌어다 쓴다는 건 무슨 뜻일까?

답은 간단하다. 가족을 ‘함께 사는 존재’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직원’ 정도로 본다는 말이다. 회사 대표의 그림자가 은퇴 후에도 머릿속에 진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가정경영? 듣기엔 그럴싸하지만 결국 “내가 가정의 CEO다”라는 선언이다. 그러니 규칙이 필요하고, 규칙이 필요하니 관계는 점점 형식적으로 흘러간다. 버퍼가 생길 기회가 더 적어지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는 규칙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말없는 배려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아마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꼰대정신들이 투철한 분들에겐 이런 주장이 참 합리적으로 들릴 것이다. 질서 있고, 효율적이고, 뭔가 체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니까. 문제는, 가족은 규칙보단 배려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가부장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가족을 관리의 대상으로 남처럼 대접하면서 가족이 행복하길 바라는 건 씨도 안뿌리고 열매가 나오길 바라는 것과 같다.

진짜 가족을 위한다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돌아가신 추기경님 말씀대로, 알기는 쉬워도 하기는 어렵다. 다들 자기가 만든 환상 속에서 살고 있다.

뭐, 나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