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움을 넘어서서 화가 치민다. 멋진 그림같은 집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걸 이렇게 망쳐 놓다니... 눈물이 난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를거다. 판교쪽에 가면 그리 크지 않고 아담한 목조주택 단지가 있다. 입구쪽부터 거창하다, 돈 냄새가 폴폴 난다. 차단기 내려져 있고, 경비가 외부인 출입을 막는다. 아무나 못들어간다. 그 안의 집값은 어지간한 사람들 인생 몇 번 살아야 모을 수 있는 그런 금액이다. 이 단지를 내가 아는 것은 예전에 얘길 좀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국내 최고 명품 주택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지은 곳인지라 정말 최고급 자재들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때 썻던 자재 샘플들 보고 만져보았는데 느낌이 다르다. 엔에스 매장에 가면 있다.

그런 집을 주택검사를 나가게 되었다. 워낙에 명품 주택 얘길 많이 들었던지라 기대가 만빵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가 분노로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 이걸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지? 집 수리 상태가 문화재 파괴 수준이다.
보통 집에 문제가 있으면 시공업자 욕을 하는데 이 경우엔 다르다. 이건 집 주인 문제다. 도대체가 이 비싼 집을 왜 동네업자 손에 맡기나? 고작 몇억 되지도 않는 명품 시계는 전문가를 찾아서 의뢰하면서, 그보다 수십배는 더 비싼 집을 왜 아무나 불러다 수리를 맡길까? 집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자신이 가진 집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교양이 없다.

서구에선 보존 가치가 높은 집들은 수리가 아니라 복원 한다고 얘길한다. 그만큼 존중한다는 것이다. 문화재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명품 주택은 동네 아저씨 막손에 넘어갔던 모양이다. 적어도 목조주택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사람이 손을 댔다. 덕분에 작은 문제가 큰 문제가 되어 버렸다. 기가 막힌다. 백억짜리 집에 실리콘 땜방이라니...
이건 뭐가 많이 잘못되었다. 시행사도 똑같다. 명품주택 단지라고 분양해 놓고 유지관리 시스템 하나 없다니. 집을 지었으면 관리와 보수 체계도 만들어 놓았어야지 분양 끝나고 쏙 빠져 버린 것 같다. 기본적으로 명품 주택 건축업자로서의 기본 자질이 없다. 최근에 또 어디 분양한다고 하던데 명품이 뭔지도 모르는 짝퉁업자이다. 비싸기만 하면 다 명품인가? 그러니 불쌍한 집주인들은 그냥 커다란 출입문에 경비만 세우면 집관리 되는줄 생각하는 것이리라.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명품 고급 주택을 제대로 복원할 줄 아는 전문가가 이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감이 없어 딴 일 하러 다닌다. 명품 집은 있고 또 그걸 복원할 전문가도 있지만 그 둘이 연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문제이다.

그나마 이번 일도 공사 맡은 업체에서 아무래도 불안하다보니 수소문해서 내게 한번 점검해 달라고 해서 밝혀진 것이다. 안그랬으면 그리 오래지 않아 겁나게 비싼 하자 투성이 집 될 뻔 했다. 모든 일엔 전문가들이 있는 법이고, 비싼 물건일수록 더 전문가의 진단과 손길이 필요한 법이다. 제발 명품소리 듣는 주택을 가진 분들이라면 막 손대지 말고 제대로 된 검사부터 받으시기 바란다.
우리나라 목조주택업계는 큰 일이다. 집 짓는 것만 알지 유지보수, 수리에 대해선 그동안 등한시 해왔던 것들이 지금 다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바닥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지금이라도 집을 제대로 살피고 고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야만 한다. 그리고, 집주인들도 돈 아낀다고 땜방만 찾다간 집 다 망가진다는 것도 알아야만 한다. 제대로 진단하고 제대로 고치는 그런 유지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곳곳에 값비싼 철거 대상물들만 잔뜩 생겨날 것이다. 이미 그런 징조들이 보인다. 그런 집 보면 짜증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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