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미국 홈인스펙터 타이틀을 내걸고 주택검사를 시작한지 벌써 10년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주택검사가 있다는 것도 모른다. 하긴 집을 사고 팔거나 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집을 검사하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 그냥 먹고 즐기는 일들에만 관심이 있지. 그래서, 세상엔 먹방 유튜버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ㅎㅎ
우리에겐 아직 낯선 일이지만 미국에선 상식적인 일이다. 집 사고 파는 등의 일이 있을 땐 당연히 주택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 살던 분들이나 미국인들이 가끔 주택검사를 요청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듣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왜 검사비가 미국보다 비싸요?"

당연한 반응이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검사비가 오백불 정도 수준이고, 거기에 이것저것 옵션을 붙여서 칠팔백불까지 받는 형태이다. 그런 가격을 알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세계최고 미국보다 한국의 검사비가 더 비싸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희소성 때문에 더 비싼 검사비를 받는다고 오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다른 부분에 있다. 검사비가 비싼 이유는 검사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주택검사는 '검사 -> 진단 -> 개선권고안' 이 포함된 종합진단이다. 반면에 미국의 주택검사는 진짜 말 그대로 '검사'단계에서 끝난다.

미국의 주택검사는 주택의 품질상태를 점검하는 수준이다. 체크리스트를 들고 항목별로 이상증상 유무를 점검한다. 그리고 이상 부분이 있으면 '해당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하세요.' 이렇게 적어 준다. 표준화된 체크리스트 형태라 전용 소프트웨어도 있다. 체크하고 의견 몇줄 써넣고 전송하면 끝이다. 오전 오후 하루에 두 채씩 검사가 가능한 이유다.
반면에 국내에선 그런 수준은 통하질 않는다. 그런 정도는 소비자들이 다 알아서 체크를 한다. 그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느냐와 어떻하면 해결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보다 두 단계는 더 가야만 한다. 그러니 미국처럼 할 수가 없다. 현장에서 검사하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사전, 사후조사와 검토, 정리 등의 과정까지 합치면 완전히 다른 수준이다. 당연히 검사비가 높아질 수 밖엔 없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검사비를 싸게 받는 편이다. 몰라서 수천만 원 날릴 상황을, 몇백만 원으로 막는 일들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밖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쉬울 것 같다. 요즘 새 아파트 검사해 주는 업체들이 있다. 입주전 사전점검, 그게 미국의 주택검사와 비슷하다. 표준화된 주택 형식에 체크리스트를 사용한 상태 점검이다. 그래서, 비용도 비슷한 수준이다. 나와은 하는 일 자체가 다르다. 오히려 나는 그런 사전점검을 잘못한다. 왜냐면 소소한 작은 흠집들을 찾아내는 부분은 오히려 서투르기 때문이다. 그런 건 눈에 불을 켜고 그런 문제들을 찾는 집주인들이 나보다 낫다. 나는 그런 흠집이 아니라 그 밑에 있는 원인과 개선안을 찾는다. 같은 것을 봐도 보는 세상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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