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주택검사 기초과정을 교육할 때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검사는 미국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이다. 왜냐면 배관은 몽땅 콘크리트 기초 속에 들어가 있어서 확인할 길도 없고, 천정엔 점검구들을 안 만들어 놓아서 천정 속으로 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홈인스펙터들은 집 아래 크롤스페이스라는 곳은 필수적으로 기어 들어가야만 한다. 우린 콘크리트 슬라브 통 기초라서 기어들어갈 곳 자체가 없다. 천정 속도 당연히 들여다봐야만 하는데 점검구가 없다.
검사하는 집에 크롤 스페이스도 없고, 점검구도 없어서 그냥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검사하기는 간편하고 좋은데, 하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누수가 생겨도 어디에서 생겼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천정에 물자국이 있어도 이게 결로인지 누수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천정 뜯어 보기 전엔 맨눈으로 봐선 뭐가 뭔지 잘 분간이 안 가는 경우들이 많다.
그럴 경우 명색이 비파괴검사을 지향하는 주택검사인이 마구 이곳저곳 뜯어볼 수도 없고... 안 뜯거나 적어도 최소화해야만 한다. 덕분에 미국 홈인스펙터들은 가지고 다니지 않는 측정장비들을 한 보따리 들고 다녀야만 한다. 아! 그립다. 처음 이 일 시작할 때만 해도 검은 가방 하나면 되었는데 이제는 큰 가방, 작은 가방, 플라스틱 공구함 등 여러 개를 차에 싣고 다녀야만 하는 신세이다. 그래야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서 문제가 생기질 않았나를 측정을 통해서 추정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확인이 아니라 추정이다. 아무리 좋은 측정장비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검사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엔 없다. 그래서, 결국엔 천정을 조금 뜯어보는 상황들이 발생을 할 수 밖엔 없다. 천정에 점검구만 있었어도 그런 일들은 많이 줄어들 텐데...
주택검사를 하면서 보면 하자 문제로 고생한 분들은 보수하면서 꼭 천정에 점검구를 한두 개 더 만들어 둔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점검할 필요가 있을 때가 생긴다는 것을 잘 아시는 것이다. 주택의 지붕 속을 볼 수 있는 천정 점검구는 유지관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주택검사가 좀 더 힘들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건축주들은 집 지을 땐 점검구를 필요한 곳에 한두 개 정도는 꼭 만들어 두었으면 좋겠다. 집은 유지관리가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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