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다. 이젠 더 이상 얼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날이 풀렸다. 집 바깥쪽에 있는 화장실을 이제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철엔 얼어서 터질까 봐 물 잠가놓고 안 쓰고 있었다. 잠겄던 물 틀어 놓아야지 하고 들어가는데 변기 속에 뭔가 시커먼 것이 보인다. 이게 뭘까?
어유~ 딱딱하게 굳어버린 똥이다. 아이 참, 기가 막혀서... 허허 웃음만 나온다. 어떤 놈이 물도 없는 변기에다가 똥을 싸 놓았을까? 참 나~. 꽤 오래된 모양이다. 딱딱해서 잘 풀리지도 않는다. 부셔서 흘려 내 보내야만 하는데.
물통에 물이 채워진 다음에 물내림 손잡이를 내리니 이건 또 뭔 일? 변기 옆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어라, 분명히 얼어 터질까 봐 물 빼놨었는데 이건 또 무슨 일... 아유 씨, 짜증 지대로다.
젠장, 똥 싸고 간 놈은 잊어버리고 이젠 변기 고칠 생각이나 해야 할 판이다. 인터넷 검색해서 새 변기 하나 시켜야겠다. 이번엔 좀 비싼 것으로 시켜야지. 싼 것 썼더니 왠지 좀 약한 것 같다. 내구성이 없다. 4년 만에 터져 버리다니...
변기 설치하는 것은 뭐 그리 어려운 점은 없다. 시간만 좀 들여서 꼼꼼하게 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 어머니 말씀으로 "재주가 메주"인 나 같은 사람도 할 수가 있는 일이다. 요즘은 인건비도 많이 비싼 세상인지라... ^^;
역시 큰 일 터지니 작은 일은 잊혀진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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