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빌라 건물의 계단에서 떨어지는 물의 정체에 대해서 묻는 질문이 하나 올라왔었다. 뭐든 현장에서 직접보고 판단을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그래도 올린 사진 자료들과 정황들을 보니 결로 보다는 누수 쪽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래서, 누수인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아주었다.
보통 생각하기엔 물이 떨어지는 상황이면 그것 자체가 문제인데 왜 굳이 결로와 누수를 구별하려고 할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구분이 필요한 이유들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원인에 따라서 보수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지만, 사실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대부분 다른 이유 때문이다. 책임소재 문제 때문이다. 누구 책임인지를 알아야만 그 다음에 그 사람에게 보수작업을 하라고 요구할 수가 있는 공동주택에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을 한 분도 6층짜리 빌라, 즉 공동주택에 거주하시는 분이다. 자기 집에서 발생한 문제는 모두 자기 문제인 단독주택과는 달리 공동주택의 경우엔 자기가 책임질 부분과 아닌 부분들을 명확히 구분하고들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결로인지 누수인지도 구분이 필요한 것이다.
누수 문제라고 했으니 이젠 그게 공용부분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전용부분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전용부분에서 발생을 한 것이라면 그 집 주인이 관련되는 보수작업을 해야만 한다. 이론적으로는 단순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론과는 달리 세상사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사람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집 주인이 내 책임이 아니다를 선언하고 비협조적으로 나와 버리면 그때부턴 골아픈 일들이 생겨난다. '세상에 그런 일이...' 식의 상황들이 생긴다. 윗집이 비협조적이며 아파트 안방 천정 뜯어놓고 2년 3년 지내는 일들이 생겨난다. 이유는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이게 결로인지 누수인지 분간이 안되기 때문이다. 결로이면 아랫집 책임, 누수이면 윗집 책임이다. 나처럼 성질 급한 사람들은 그냥 우리 집 천정이면 내 돈들여 빨리 고쳐버리겠지만, 세상엔 다 나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들 생각이 다르고 나름의 확고한 이유와 자기만의 성격들이 있다.
더군다나, 누수인지 결로인지 구분이 안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누수가 분명해도 자기 집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고 박박 우겨대는 사람들도 있다. 덕분에 아랫집은 완전히 다 박살이 나고 있는 경우도 봤다. 결국엔 법으로 가서 해결을 할 수밖엔 없다. 그런 분들은 법으로 강제를 하기전엔 꿈쩍도 안하는 특이한 사람들이다. 남들의 커다란 불편도 내 사소한 불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공동주택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점이다.
공동주택에 살면 의식도 공동주택에 맞아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들은 신체내에도 그런 세포가 있다고 한다. 자기만 살겠다고 주변세포 다 죽이는 그런 세포말이다. 그런 것을 암이라고 부른다. 암적 존재들이 이웃이면 그로인한 전이현상도 일어난다. 도려내기 전엔 해결이 안되므로 빨리 피하는 것도 치유법 중 하나이다. 병법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담 사례의 그 빌라와 같은 경우는 사실 주택검사를 받으면 좀 더 판단하기도 좋고 원인 부분을 찾기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일부러 얘기도 안꺼냈다. 검사 자체 보다도 검사를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이해관계자가 여러사람인지라 쉽지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여러 번 누수 검사를 했다고 하고 그로 인한 비용도 발생을 했을 것이다. 거기에 또 돈 들인다고 하면 다들 신경 날카로워 있는 상황에서 아마도 상담하신 분이 그 라인의 반장님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분 머리만 더 아파진다. 게다가 실내에서 발생한 큰 문제가 아니니 급하게 진행할 필요도 없다. 그냥 여유가지고 시간 들여서 천천히 해결해 나가면 된다. 그러다가 또 복잡한 상황 생겨나면 그땐 또 주민들 심정들이 바뀌어 있을터이니 그때가서 고려해 보면 된다.
지금까지의 주택검사 경험을 보면 결로 누수인지 구별하는 일은 단독주택에선 거의 해 본적이 없다. 거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검사를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구별을 요청한 곳들은 대부분 아파트와 빌라 등 공용 주택들이다. 거긴 문제 해결보다는 누구의 문제인지 구별이 더 중요한 곳들이다. 사는 곳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각의 기준도 달라지고 우선 순위도 달라진다. 사람문제가 1순위이지 집 문제는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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