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날이 따뜻해지고 있다. 봄 바람도 불어오고 조금 있으면 새싹도 파릇하게 올라오고 꽃들도 피어날 것이다. 세상이 참 아름다워 보이는 계절이 봄이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넘쳐나는 봄 기운에 흥에 겨워 제대로 봐야만 할 것도 잘 살펴보지 못해 문제가 생겨날 수도 있다. 특히, 집 같은 것을 구매할 때는 봄철에 살 때는 주의를 해야만 한다. 봄 바람이 사람들의 눈을 흐릿하게 만든다.
보통 집을 사기전에 주택검사를 하면 어지간한 큰 문제가 아니라면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있으니 알고 수리를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얘길해 준다. 집이란게 원래 오래되면 손볼 부분들도 생겨나는 법이고,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집 값도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검사는 집의 상태만을 알려줄 따름이지 집을 살지 말지는 사는 사람들이 판단을 해야만 할 일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흔치않은 일이지만 검사후에 사지 않은 것이 좋겠다는 얘길해 줄 경우가 있다. 집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들떠서 집을 사려고 하는데 집 상태가 그 사람들이 감당을 할 수가 없는 문제가 있는 경우에 그렇다. 감당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원천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고쳐도 고쳐도 문제가 반복이 될수 밖엔 없는 그런 상태이라는 것이다. 집에 대해서 좀 알고 스스로 손을 볼 수도 있고 또 시간도 있는 분들이 그런 집을 산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는다. 저렴하게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벌이 하는 젊은 부부가 그런 집 사게 되면 집도 더 망가지고 사람도 망가진다. 집과 사람이 서로 궁합이 맞지를 않는 것이다.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건축재료가 일반적이지 않고 특이한 경우이다. 몇년전에 그날 저녁에 계약서 쓴다고 하던 집이 있었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인데, 집주인이 집값을 엄청 많이 깍아준다고 하던 집이었다. 내가 보고 별 얘기 안하면 바로 계약서 쓴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가 봤더니 영 아니다. 집은 멀쩡해 보이는데 그 재료가 워낙 특이하다. 이건 뭔가 새로운 건축 방식을 실험을 해 본 것 같은 집이다. 그런 집 샀다간 평생 고생이다. 포기하라고 했다. 그때 주택검사를 요청했던 그 친구는 나중에 부근에 땅사서 집을 지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게 더 나은 선택이다.
또 다른 경우는 도대체가 집을 얼마나 뜯어 고쳤는지 원래의 집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가 없는 집이다. 뜯어 고쳐도 좀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고친데마다 문제가 생기고 있다. 게다가 그로 인해서 원래의 집 마저도 상태가 좋지 않은 그런 집이었다. 집을 사겠다는 젊은 부부는 한 10년쯤 살다가 허물고 집을 다시 짓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왠만하면 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집 샀다가 그 10년이 아주 아주 고생스러운 10년이 될 수가 있다. 얼기 설기 증축한 부분들 싹다 뜯어내야만 하는 상황인데 그러다가 또 무슨 일 생길지가 걱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매매계약 전에 봤던 것으로 안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던 것을 그 두 경우 밖엔 없지만, 산 후에 검사 받은 집중에선 차라리 안샀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했던 집들은 많다. 왜냐면 사기전엔 별 일 있겠어 하고 사 놓고는 산 후에 발견한 문제들로 고민하다가 주택검사를 신청한 집들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집들은 참 안타깝다. 일은 벌어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들어갈 돈은 산더미 같지 게다가 그렇게 보수를 해도 상태가 확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ㅠㅠ
싼게 싼게 아니다. 오히려 안좋은 집을 비싼 돈 주고 산 결과가 되어버린 경우들이 많다. 검사하는 내가 오히려 더 가슴이 답답한 경우들이다.
그런 즉, 일단 재료나 형태가 범상치 않으면 피하는 것이 좋고, 집을 너무 많이 뜯어고쳐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워진 집들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 집들 말고 또 좀 찜찜한 구석들이 있으면 주택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요즘은 공인중개사들도 자신들이 중개한 집에 큰 하자문제가 있으면 머리 아프다 보니 주택검사를 받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고 집주인을 오히려 더 설득을 해 주는 편이다. 불과 몇년 사이에 참 많이 바뀌었다. 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택검사를 한다고 시작을 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땐 집주인들에게 주택검사라는 얘기조차 꺼내기가 어렵던 시절이었는데...ㅎㅎ
점점 바람직한 쪽으로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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