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니 주택검사라는 일이 있는지 알기 전에도 난 이런 쪽 일에 싹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땐 통나무집을 짓는 일을 했는데 그때 내가 틈만 하면 했던 행동이 망치를 가지고 이 나무 저 나무 두드려 보는 일이었다. 야적장에 쌓여 있는 통나무 원목 더미들도 두드려 보고, 방금 깎아 놓은 나무도 두드려 보고, 오래전에 지어진 집도 두드려보고, 비 맞아 상해가는 나무도 두드려보고... 아무튼 시간날때마다 나무를 두드려봤다. 하다보니 망치가 튕기는 느낌, 나는 소리들이 다 달라서 이것 잘 구분할 줄 알면 나중에 통나무집 사고 팔고 할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두드려보면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는 있을테니까 말이다.
나중에 홈인스펙션에 대해서 배울 때 보니 진짜로 통나무집 검사하는 방법중에 망치로 두드려서 검사하는 방법이 있었다. 다만, 나처럼 쇠망치가 아니라 고무망치로 하는 것만이 좀 다를 뿐이었다. 뭐랄까, 난 일찌감치 준비된 내춰럴 본 홈인스펙터였던 것이다.
주택검사의 기본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하면서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호기심, 관찰력 같은 것들이 많으면 좋다.
내 통나무 오두막 모퉁이에 튀어나온 나무들의 바닥면 사진이다. 두 나무의 직경은 거의 같다. 차이점이 뭘까?
딱 봐도 나이테의 숫자에 큰 차이가 있다. 하나는 촘촘한데 다른 것은 듬성듬성하다. 굉장히 빨리 자란 나무이다.
나무가 자라는데에는 사람처럼 유년기가 있고 성년기가 있다. 유년기 목재는 청소년기 아이들처럼 훌쩍 훌쩍 자란다. 대신에 여물지가 못하다. 성년기가 되어야만 천천히 자라면서 단단해 진다.
그런 관계로 유년기 부분의 비중이 높은 나무는 성년기 비중이 높은 나무에 비해서 재질이 좀 약하다. 70~80% 수준이라고 얘기된다. 이건 통나무 얘기이고, 만일 각재로 만든 부분이 주로 유년기의 나무이라면 강도는 50~70%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러니 각재를 선택할때도 나이테가 듬성듬성한 것 보다는 촘촘한 것이 더 건축재료로서의 성질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나무의 성장에 저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자란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들은 주변 나무들과 경쟁을 하느라고 어린 시절에 빨리 자라기가 어렵다. 하지만, 식목을 한 나무는 주변에 다른 나무가 없이 듬성듬성 심어 놓기 때문에 굉장히 빨리 자라나는 것이다.
옛날 집 잘 짓는 목수들은 저런 것들의 특성들을 감안해서 나무를 썼다고 한다. 요즘은 뭐 워낙 표준화된 나무로 나오고 또 필요한 강도보다 훨씬 더 여유가 있는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쓰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바닥장선에 쓰이는 구조재 정도는 좀 더 단단한 것을 골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빌딩사이언스(건축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부목에 사용되는 철물은 스텐레스제품을 쓰라고 권하는 이유는 (0) | 2022.09.12 |
---|---|
비 맞아 젖은 나무를 제대로 말리지 않고 그대로 덮어 버리면... (0) | 2022.09.04 |
아래 목조주택 창문시공 사진에서 잘못된 부분은? 빌더도 잘 모르는... (0) | 2022.08.24 |
공조기용 덕트를 플렉시블한 것보다는 반반한 것으로 써야하는 이유 (0) | 2022.08.21 |
외장 벽돌, 치장 벽돌 벽체 만들 때 눈물구멍의 위치, 엉뚱한 설치예방 (0) | 2022.08.1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