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파이프 동파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내용 중에 물이 흐르는 파이프가 얼 때는 테두리 부분부터 둥글게 얼어 들어온다는 얘길 했었다. 흐르는 물이 어떻게 어는지 잘 감이 안 오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사례를 가지고 부연 설명을 해 본다.
우리 집 뒷마당엔 항상 물이 나오고 있는 수도꼭지가 하나 있다. 공공수도가 아니라 집 뒷산 계곡의 물을 큰 물 탱크에 저장해서 집집마다 보내는 마을 간이 상수도라서 가능한 일이다. 수도세가 없다는 말이다. 계곡에서 물탱크에 계속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마당의 물을 계속 흘려보내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우리 집이 가장 위쪽에 있기 때문에 어차피 흘려보낼 물을 그냥 마당에도 틀어 놓고 있는 것이다.
![](https://blog.kakaocdn.net/dn/Q57NV/btrsW8QRkmz/p0WLdTpmQ9AECC0WdNEoz0/img.jpg)
처음엔 수도 주변을 벽돌과 시멘트로 예쁘게 만들어 놓았었는데, 계속 물나오는 수도 주변인지라 땅속에도 물들이 많다 보니 겨울철이면 들어 올려졌다 봄에 가라앉기를 반복하면서 다 망가져 버렸다. 그래서 그냥 물 쓰기 좋게만 해두고 다 치워버렸다.
물은 한겨울 한창 추울때도 계속 나온다. 틀어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추울 때는 매일매일 수도꼭지 주변에 언 얼음들을 깨 줘 야만 한다. 꽤나 두껍게 얼기 때문에 작은 손도끼를 사용한다. 안 그러면 수도꼭지가 얼음 속에 묻혀버린다. 그런데 그 얼음 모양이 좀 특이하다. 종 모양이다.
따져보니 온도가 영하 15도이상 떨어지면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 주변으로 원추형의 종 모양의 얼음이 생겨난다. 수도에서 나오는 물은 그 얼음 중앙의 빈 공간을 따라서 아래로 여전히 흐르고 있다. 얼어있던 얼음을 깨서 대야 위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이다.
![](https://blog.kakaocdn.net/dn/ZPRxp/btrsXfhTwgz/JIhyiwnR9Dxjo1LYQgKNWk/img.jpg)
이런 얼음이 생기면 안쪽의 둥근 공간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바깥쪽으로만 점점 더 두꺼워진다. 수도꼭지부분에서 조금씩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물들이 얼음을 점점 더 두껍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날이 추우면 수도꼭지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도 흐르는 물의 둘레를 따라서 둥근 모양의 얼음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파이프 안에 든 물은 전도체인 파이프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바짝 붙은 테두리부터 얼어 들어오기가 더 쉽다. 그래서 처음엔 파이프 속에 또 한 겹의 얼음 파이프가 먼저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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