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사이언스는 주택에 작용하는 과학적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적인 선호도에 따라 주택 가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작용하는 과학적인 원리는 똑같다. 과학은 집값에 따라 달리 작용하질 않는다. 그래서, 과학이다.
인터넷 서핑하다보니 잠실 롯데타워 시그니엘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불편해 하는 것에 대한 글이 하나 보였다. 비싸고 전망 끝내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고 하니 왠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읽어 보았다. 불편한 점은 여럿 있지만 그중 한가지 문제점이 눈에 들어온다. 산골 통나무집에 사는 나도 지금 그 일로 좀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때문이다.
바로 건조하다는 것이다. 겨울내내 통나무 오두막의 실내습도가 20%초반대이다. 하루종일 있으면 눈이 좀 빡빡하고, 얼굴이 땡긴다. 그나마 두꺼운 얼굴에 지성피부인지라 좀 버틸만 하지 피부가 민감하거나 건성인 사람들은 생활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건조한 곳에 오래 있으면 피부가 좀 거칠거칠해 진다. 손등을 만져보면 좀 거칠어졌다는 느낌이 온다. 여자들이 얼굴에 분무기 같은 것으로 뭘 뿌리는 이유를 알겠다.
산속 통나무 오두막이 건조한 이유는 단순하다.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많이 들어오는데다가 안에선 난로 속 장작들이 활활 타오르면서 실내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찮아도 습기가 많지 않은 겨울 공기가 실내에서 덥혀지다보니 습도가 확 내려가는 것이다. 같은 습기량이면 온도가 올라가면 습도는 떨어진다. 기본적인 과학상식이다.
바람 술술 새는 내 통나무 오두막이야 그렇다고 치고, 그 높은 롯데타워 고층에 있는 아파트들은 워낙에 높이 있다보니 창문도 못여는 데다가 바람도 술술 안새는데 왜 건조할까?
그건 창으로 바람이 안들어온다뿐이지 실내 곳곳에는 틈새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저런 고층 건물들 안에는 온갖 배관과 전선, 파이프 등이 얼기 설기 지나가는 곳들이 많고 빈 공간들도 많다. 그런 곳들이 전부 공기 이동의 통로가 된다. 습기를 품은 따뜻한 공기들이 항상 빠져나간다. 빠져 나간만큼 차가운 공기들은 계속 들어온다. 덕분에 실내는 항상 건조하다.
어떻게 그런 걸 아냐면, 이론 플러스 경험이다. 그런 집을 검사를 해봤기 때문에 안다. 예전에 한 주상복합 아파트 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집이 너무 건조하다는 하소연 때문이었다. 그때 발견한 것이 곳곳에 눈에 띄지 않는 틈새들과 철골구조의 주상복합 아파트의 벽체속에 숨겨진 거대한 공기의 흐름이다. 롯데타워도 철골구조이니 마찬가지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건조하다는 입주민들의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작은 집은 컨트롤을 하기가 쉽다. 반면에 큰 건물은 쉽지가 않다. 불편하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또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걸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는 건물의 한계 같은 것이다. 나는 그냥 주전자에 물 끓이고 젖은 수건 걸어놓고 있는데, 그쪽 사람들은 뭘 할까? 욕조에 물 받아놓은 것은 본 것 같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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