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구독하는 해외 건축 관련 매거진에 올라온 질문이다. 질문은 단순했는데, 그 대답이 심오하다. 사실 겨울철 수도 파이프들이 동파가 되는 원인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분들이 드물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물이 얼음이 되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어는 부분에서 파이프가 터진다는 얘기는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다. 물이 어는 것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파이프를 터트리는 직접적인 힘은 얼음 때문이 아니라 수압 때문이다. 수도 파이프는 물이 있는 부분에서 터지지 얼음이 언 부분에서 터지지 않는다.
물이든 배관이 파열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보면 이렇다. 물이 든 파이프는 테두리 부분, 바깥쪽이 가장 차가우므로 테두리 부분부터 얼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둥근 파이프 안에 파이프 형태의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운데 부분으로는 계속 물이 흐른다. 하지만, 온도가 더 내려가고 그 얼음이 천천히 두꺼워지다 보면 물이 흐르는 부분이 줄어들고 결국엔 얼음으로 다 막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선 얼음이 바깥쪽으로부터 안쪽으로 얼어 들어왔기 때문에 바깥쪽 파이프에는 힘이 전혀 가해지질 않는다. 그러니 얼음이 얼어도 얼음 주변의 파이프가 터지는 일은 생기질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얼음이 얼면 물 상태일때보다 부피가 9%가 늘어난다. 이 늘어난 부피가 문제이다. 냉수건 온수건 파이프 내엔 물이 꽉 차 있다. 얼음이 늘어난 부피만큼 물이 압축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혹시 물을 압축해본 분이 있는지??? 물은 압축이 거의 안된다. 그래서, 꽉 막힌 파이프 내부에서 엄청난 압력이 생겨난다고 한다. 대략 4만 psi가 넘는 압력이 생기는데 수도관의 재질은 대략 1500 psi 밖엔 버티질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어디선가 그 압력을 줄여주질 않으면 수도관이 터질 수 밖엔 없다.
그런데, 냉수배관은 그나마 좀 빠져나갈 구석이 있다고 한다. 바로 화장실의 변기부분이다. 이쪽은 수도관 꼭지가 열려있고 물통 내 둥근 공 모양의 플로트 볼에 의해서 물이 들어오는 것이 조절이 된다. 냉수관 안에 생긴 압력은 이 볼이 조절하는 힘보다 세기 때문에 변기 물통으로 물을 흘려보내면서 압력을 줄일 수가 있다고 한다.
![](https://blog.kakaocdn.net/dn/KwQN9/btrsQpYxDLD/ks43Ckf3HsMmBVHwHUGf5K/img.jpg)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변기도 있겠지만, 물이 들어오는 수도계량기 부분을 터트리는 식으로도 파이프내의 압력을 줄인다. 겨울철에 동파되는 수도계량기들은 모두 실내 배관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터졌다고 욕하면 안 된다. ^^ )
하지만, 온수 파이프는 변기와 같은 압력을 조절해 줄 부분이 없다. 수도꼭지들이 다 막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파이프에서 가장 약한 부분 어딘가가 터져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냉수관이 안터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냉수 관도 양쪽에서 얼어서 수압을 빼줄 부분이 없는 경우라면 가운데 부분이 터질 수 밖엔 없다.
얼음은 처음에 얘기했듯이 한번에 다 어는 것이 아니다. 파이프 둘레를 따라서 얼어 들어온다. 그러므로 파이프 내 압력은 서서히 증가를 한다. 때문에 추운 날엔 가끔 냉수나 온수를 틀어서 압력을 줄여주는 것이 파이프 동파를 줄여주는 예방 역할을 한다고 한다. 겨울철 동파방지를 위해 수도꼭지를 틀어 놓으라는 것은 물을 계속 흐르게 하여 얼음이 어는 것도 방지를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얼음이 얼어도 압력이 생기지 않도록 해 파이프의 동파를 방지를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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