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인 것에는 결이 있다.
나무의 결, 물결, 살결, 돌의 결, 층층히 쌓인 지층의 결 등등
결은 주로 성질이 다른 부분들의 만남이 반복되는 곳들에서 생겨난다. 나무의 결은 성장이 빠른 시기와 성장이 느린 시기가 반복되면서 생겨난 나무 성질의 차이가 원형의 나이테라는 모양으로 나타나고, 둥근 나무를 판재로 만드는 만드는 가공과정에 주로 영향을 받아 생겨난다. 그래서, 나무를 켜는 방법을 달리하면 나타나는 나무의 결에도 변화가 생긴다.
모든 결은 성질에 차이가 있는 부분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쉽게 쪼개지는 반면, 결에 직각인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버티는 힘이 강해진다.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면 잡고 있는 송판의 나무결 방향이 결 방향으로 힘이 가해 지도록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격파 시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정확하게 원하는 위치를 차거나 때릴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함이지 파괴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무를 쓸 때는 결의 방향을 살펴서 잘 쪼개지지 않는 방향으로 사용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목공이나 가구 만드는 분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이다.
질문, 그럼 자연적이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재료에도 그런 결이 있을까?
건축에서 많이 쓰이는 석고보드나 OSB 같은 것들 말이다.
해당 제품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쓰는 사람 모두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없다고 얘기할 것이다. 나뭇결처럼 보이는 것이 없으니까. 진짜 그럴까?
미국에서 목수로 일하면서 건축학교를 운영하시는 한 분이 그게 궁금했다.
정말 석고보드나 OSB, 합판 같은 것들은 결이 없나? 온갖 책을 찾아보고 제조업체에 물어보고 관련되는 사람들에게 다 물어봐도 답은 결이 없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양반이 근 20년 동안을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면 아래 사진과 같은 실험을 반복해 봤는데 결과는 항상 똑같았다고 한다.
석고보드를 긴쪽 방향으로 자른 것이 짧은쪽 방향으로 자른 것에 비해서 벽돌을 올려 놓았을때 버티는 힘이 세배는 강하다는 것이다. OSB도 그렇고 합판도 마찬가지이고... 그렇다면 결이 보이지 않는다고 결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석고보드와 같이 인공적으로 만든 재료들도 길이 방향으로 결의 성질을 띄고 있다는 얘기이다. 뭐 석고보드로 가구 만들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잘라서 사용을 해야만 한다면 길이 방향쪽으로 결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용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참 대단한 양반이다. 그냥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일도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이 아는 것과 실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도 헛점이 많다. 무조건적인 확신은 미숙하다는 징표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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