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혼자 밤길 운전을 할 때면
이상하게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추억할 과거가 많아졌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데... 흠, 좀 씁쓸하기는 하다. 옛날 일 생각하다보면 혼자 얼굴 붉히고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일들도 있다. 주로 과거에 미숙할 때 했던 실수들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드는 감정이다. 부끄러움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조절하는 감정이라고 하던데, 내 양심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니 그런 생각이 또 괜찮은 면도 있다. 그나마 내가 좀 안심인 것은 부끄러웠던 일들이 대부분 말이나 행동으로 한 실수 인지라 그 당시 봤던 사람들 외에 더 볼 사람도 없고, 더 알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도 그 실수를 아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만 간다면 매일 매일 새롭게 부끄러울 것이다. 잊혀진다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가끔 집에 대한 글들을 보다가
엉뚱한 얘기들을 써 놓은 것들을 보곤한다. 최근의 것도 있고 꽤나 오래전에 써 놓은 글들도 있다. 인터넷 세상은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인 곳인지라 최신의 자료들만 우선 검색해 보여주진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표시된다. 아마도 그 분들도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을텐데 검색결과는 변한 생각을 보여주질 않는다. 잊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한번 잘못한 실수가 계속 남들의 눈에 띄인다는 것을 안다면 심기가 그다지 편치는 못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는 일이다.
예전에 집 지은 분들 글들 중에 이런 내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석고보드를 두겹으로 설치를 해서 단열성을 더 높였습니다."
"석고보드 두겹 시공은 단열에 더 효과적입니다."
과거에 올려진 이런 글들을 봐서 그런지 요즘도 비슷한 얘기들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두겹의 석고보드가 마치 무슨 대단한 단열재를 시공한 것처럼 얘기하거나, 무척이나 정성을 들여서 집을 짓는 척도처럼 얘기를 하는 경우들이 눈에 띄인다. 한 마디로 부끄러운 일이다.
아쉽게도 석고보드를 한겹 설치하나 두겹 설치하나
단열성엔 거의 차이가 없다. 이유는 석고보드가 단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벽체의 단열은 단열재가 한다. 아래 아저씨가 설명하는 벽체에 사용되는 재료들의 단열성 수치들을 한번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단열재는 유리섬유 Fiberglass와 아래쪽 하얀색 스티로폼 (InSoFast) 두가지이다. 이 둘이 전체 벽체 단열성 R-24.01의 대부분인 R 23.5를 담당한다. 석고보드 Drywall은 단열성을 나타내는 R-value가 0.45에 불과하다. OSB보다도 현격하게 단열성이 떨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OSB는 나무이고 석고보드는 광물질이기 때문이다.
집 지을 때 합판이나 OSB를 두 겹으로 설치를 하면 석고보드를 두겹으로 설치하는 것보다도 단열성은 조금 더 좋아진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설령 안밖으로 OSB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도 그런 걸로 단열성이 좋아졌다고 자랑삼아 얘기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그래봤자 도움이되지 않는 수치의 단열성 향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석고보드는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
거기엔 약간의 야로가 있다. 저 위 사진의 석고보드는 두께가 1/2인치 짜리이다. 13밀리 정도 된다. 규정된 두께이다. 미국의 목조주택에 사용하는 석고보드는 1/2인치 두께에 4'X8' 크기이다. 석고가 광물질인 덕분에 이게 무게가 상당하다. 26~27 Kg 정도 나간다. 미국에선 석고보드 시공을 꼭 둘 이상이 함께 하도록 하고 있다. 워낙 크고 무거워서 혼자선 어짜피 시공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미국 현장사진을 보면 우리 현장에선 못보는 석고보드 고정용 장치들을 많이 사용한다. 또 이런 장치들을 사용하다보니 더 큰 사이즈의 석고보드를 쓰는 것을 선호한다. 기왕이면 한번에 넓은 면적을 덮어버리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저런 보조 장치도 없이 순수하게 사람의 힘만으로 석고보드를 설치해야만 하는 우리나라에선 작업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사이즈를 줄이고 두께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을 했다. 그래서 우리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석고보드는 3X6 사이즈에 두께 9.5밀리미터짜리이다. 요건 무게가 한 장에 10Kg이 채 안된다. 혼자서 가뿐하게 들어서 시공을 할 수가 있는 사이즈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이걸 주로 사용을 한다. 시공이 쉽기 때문이다. 두께가 얇으므로 한 겹으로는 약하다. 화재관련 안전 규정에도 못미치므로 두겹으로 시공을 한다. 그러니까 석고보드를 두겹으로 시공을 하는 것은 단열성 때문이 아니라 시공의 편의성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사연에서 인지
석고보드 두 겹을 설치하는 것이 마치 단열성을 좋게 하기 위한 일로 엉뚱하게 호도되어 버렸다. 뭐 세상엔 상식적이지 않는 일들도 가끔 생기는 법이다. 아무튼 알아야만 할 점은 석고보드는 단열재가 아니라는 것이고, 두겹으로 설치를 하든 세겹으로 설치들 하든간에 단열성엔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단열은 단열재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석고보드를 두겹으로 설치를 해서 단열성이 더 좋아졌다는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 옛날에 쓴 사람들은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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