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산속 오두막이 아닌 외부 강의를 나간다.
많은 빌더들이 일하는 단체에서 소속 빌더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의 주제는 집 짓는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습기관리에 대한 내용이다. 왜 집 짓는 빌더들을 대상으로 건축관련 노하우가 아닌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이는 그 작고 미세한 습기문제를 주제로 강의를 할까?
그건 주택문제의 90%가 습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객과 빌더, 건축업체와의 분쟁의 거의 대부분이 습기와 관련된 문제이다. 누수, 결로, 곰팡이, 이 세가지가 주택 분쟁의 3가지 핵심사항이다. 그러니, 집 잘 짓는 빌더라고 해도 습기 문제를 모르면 엄한 일을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왜 습기는 주택문제의 주범이 되었을까?
그건 그 작고 미세한 녀석들이 집을 망가뜨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습기문제만 없다면 대부분의 집들은 재료가 무엇이 되었건 간에 수백년을 간다. 습기는 그런 집의 수명을 불과 수년으로 줄여 버릴 수 있다. 건축재료를 상하게 만들어 버림으로써 말이다. 목조주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콘크리트 주택도 미세한 틈으로 침투한 습기들이 결로되고 또 그것들이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아 얼음이 되고 하는 과정을 통해 집들을 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주택과 습기는 서로 상극이다.
습기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습기와 항상 동반하는 골치아픈 녀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습기많은 환경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곰팡이가 그 녀석들이다. 곰팡이는 건축재료의 성질을 변화시킬뿐만 아니라 곰팡이 포자를 퍼뜨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킨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경기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주부들이 곰팡이에 대해 관대할리가 없다. 미세먼지에 대해선 창문 닫고 공기청정기 켜는 수준에서 대응을 하고 있지만, 곰팡이 핀 집에 대해선 당연히 당장 떠나가야만 할, 사람 못하는 집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미래의 집값은 곰팡이가 좌우 한다고 얘기한다. 내 생각은 당연히 습기문제가 좌우한다는 것이다. 습기없이 곰팡이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습기문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다지 별 탈없이 집을 지어온 빌더들에게 습기 관리에 대한 강의가 필요한 이유는 고객들이 변하고 있고, 또 앞으론 지어지는 집들이 점차 습기에 더 민감한 집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단열기준은 더 강화가 된다. 벽체의 두께가 더 두꺼워지는 것이다. 두꺼워진 벽체는 실내 열, 공기의 흐름에 변화를 가져온다. 실내 습기의 축적은 점점 더 많아지고 건조는 점점 더 느려진다.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고 예전의 방식을 답습하다간 갑작스러운 습기의 역공을 받기 쉬워진다. 내 멋대로의 예언이 아니다. 이미 북미 지역에선 엄청난 규모로 겪은 일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그런 징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멀쩡해 보이는 벽체의 속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추정컨데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집의 벽속이
저런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아니 작은 징조들은 벌써 나타났을터이지만 집에 대해 잘 모르는 주인들은 그게 뭔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살고 있을 따름이다. 왠지 곰팡이 냄새가 나는데 하는 얘기들을 하는 분들이 있다. 코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집에 뭔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 강의 주제는 건축시 습기관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으로의 집짓기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골조를 어떻게 만드냐 하는 것이 아니라 습기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집을 만들었느냐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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