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길 가다 본 한 건축현장,
장마비에 잠시 공사를 쉬고 있던 것 같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의 도로쪽 전면을 다 덮고 있다시피한 ㅇㅇ하우스 전문시공사 XXX라는 커다란 광고 현수막이다. 요즘은 공사 현장이 곧 광고의 현장이다보니 이름 좀 있다는 시공사는 대부분 자신들의 회사 현수막을 내걸어 놓고 시공들을 한다. 우리는 좋은 집을 짓습니다 하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좋은 현상들이다.
그런데, 어제 그 현장의 광고 현수막을 본 느낌은 전혀 달랐다. 엉뚱한 짓 하면서 그렇게 큰 현수막 내걸고 있으면 많이 챙피할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현장은 회사 홍보가 아니라 오히려 회사 영업방해 현장 같은 느낌이랄까....
사장님, 잠 못이루겠다.
피쉬 마우스, 쉬운 영어이다.
피쉬 = 물고기, 마우스 = 입. 피쉬 마우스 = 물고기 입. 인터넷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물고기 입이 나온다. 건축현장 얘기 하다가 왠 물고기 타령이냐고 하면 이 피쉬 마우스 라는 말이 건축하자와 관련하여 쓰이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제 그 현장 보니 딱 이 말이 떠올랐다. 피쉬 마우스!
건축 현장에서 피쉬 마우스는
서로 겹쳐서 설치된 얇은 건축재료들이 햇볕과 열에 의해 수축 팽창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을 얘기한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생긴 모습이 물고기 입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모든 재료는 수축 팽창하면서 저런 현상이 벌어지므로 지붕의 방수시트 같은 것도 예외는 아니다.그래서, 물이 흐를 수 있는 곳에 설치되는 재료는 아래쪽의 재료를 위쪽 재료가 덮도록 설치한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이런 식으로 설치를 해 놓으면 시간이 흘러 피쉬 마우스 현상이 생기더라도 물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피쉬 마우스 속으로 거슬러 스며드는 일을 줄 일 수 있다.
그런데, 가끔 혼자 집 짓는 사람들이나 초짜 목수들중에 엉뚱한 일에 비상한 머리를 발휘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방수포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설치를 하는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어느 언론사 기사에 나왔던 초짜 목수의 시공일지에 올라온 사진이다. 이 한장으로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초짜라는 빼도박도 못할 증명사진을 남긴 것이다.
저런 식으로 시공을 하는 것은 저게 혼자 일할때 굉장히 편하기 때문이다. 지붕 용마루에서 방수포 롤 한쪽만 잡고 내려 놓으면 그냥 아래로 굴러가면서 자동으로 쭉 펴진다. 그 다음엔 끝부분 맞춰서 비닐만 떼어내고 손으로 쓰윽 눌러주면 설치 끝. 너무 시공이 쉬워서 짜릿한 쾌감이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초짜들이 좋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시간 지나면서 방수포에 피쉬 마우스 현상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그 벌어지는 부분이 아래로 길게 나 있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어가기 좋다는 것이다.
초짜 목수들이 저런 일을 해 놓고도 무슨 일 벌어지는지 모르는 이유는 피쉬 마우스가 금방은 안생기는 현상이기때문이다. 시간 좀 지난 다음에 생겨난다. 게다가 그때쯤이면 하자보증기간도 끝났겠다 방수포 위에 슁글도 설치가 되니 슁글 설치한 사람의 잘못으로 희석되기도 하고 등등의 여러가지 요건들이 겹쳐지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칙은 이거다.
피쉬마우스는 어쩔수 없는 자연의 현상이다. 하지만 피쉬마우스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생기도록 하면 문제의 발생을 줄 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방수포와 같은 물을 다루는 재료들은 반드시 아래에서 위로 수평으로 겹쳐가면서 설치를 해야만 한다.
그런 초짜들이나 범하는 실수를 하고도 회사 광고 현수막 걸어 놓은 현장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빨리 지붕이나 덮어야 눈에 안띌텐데.... 집 주인 눈에 띄지 않는 하자는 하자가 아니래나 뭐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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