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습도가 높다. 조금만 움직여도 끈적끈적해지고 후덥지근하다. 이 시기에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곰팡이들이다. 구름낀 하늘, 높은 습도, 따끈 따끈한 온도는 세상을 곰팡이 양육을 위한 비닐하우스격으로 만들어 버린다. 곰팡이 포자는 공기중에 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자리를 잡고 자라난다. 요즘 같은 날씨에 먹을 것만 있다면 장소 가리지 않고 어디나 곰팡이가 피어난다.
가끔 식탁에서 무심코 집어 들어 먹고 있다가 발견하고 찝찝해 하는 것이 식빵에 핀 곰팡이이다. 사온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곰팡이가 핀다. 아주 드물게는 곰팡이가 핀 식빵을 사올때도 있다. 사람 만큼이나 곰팡이들도 식빵을 좋아한다. 곰팡이도 맛있는 것은 안다. 내가 곰팡이 핀 식빵먹고 찝찝해 하면 괜찮아 하고 대충 넘어가는 마누라, 애들이 먹었다고 하면 난리난다. 그럴 때면 가끔은 내가 줏어온 남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고대 신현중 교수의 책에 보면
의학적으로 곰팡이 핀 식빵 먹고 식중독 걸린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곰팡이의 독소보다는 오히려 심리적인 요소가 더 크게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곰팡이 핀 식빵먹고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것은 곰팡이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인 효과라는 것이다. 아픈 원인이야 어쨋던 간에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먹는 것 보단 안 먹는게 낫다는 얘기이다.
잦은 비와 습도는 식빵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곰팡이들은 사람들이 먹지 못하는 것도 잘 먹는데 대표적인 것이 나무로 된 제품들이다. 장마철에 바깥에 나무로 만든 물건 내다 놓으면 얼마 안가 곰팡이로 뒤덮힌 모습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능하면 나무로 된 물건들은 밖에 내다놓지 않으면 좋은데 건축현장은 그럴 수가 없다. 특히나, 목조주택을 짓는 현장 같은 곳은 재료가 온통 나무이다 보니 더더구나 문제가 된다.
게다가 사람들 중엔 자신들이 못 먹는다고 곰팡이도 못 먹을 줄 알고 아무 조치도 없이 나무로 된 자재들을 비를 쫄딱 맞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곤 괜찮다고 얘기한다. 그것도 웃으면서... 그 웃는 얼굴에 건축주 속은 터진다. 같은 웃음을 지어도 그때 건축주의 웃음은 어이상실로 나오는 웃음이다. 난 가끔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다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팀장정도 되는 사람들은 심리학 강의를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의 속을 몰라도 그렇게 모를수가...
아뭏튼 고온다습한 건축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곰팡이가 노란색의 오렌지 곰팡이다. 다른 녀석들은 건축자재와 비슷한 색으로 은폐엄페를 하는데 이 녀석만은 자신이 잘 났다고 뻐기듯이 피어난다. 특히나 OSB합판의 테두리 부분에서 크게 자라난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해야만 하나?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로 아래와 같은 노란색 버섯들도 있다.)
곰팡이가 핀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들이 존재를 한다.
괜찮다. 아니다. 괜찮다는 쪽은 좀 구시대 사람들이 많은데 재료의 성질 자체에 변화가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얘기이다. 한마디로 곰팡이 좀 생겼다고 집 무너지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반면 아니다라는 쪽은 지어진 후에 생기는 문제를 생각한다. 실내공기의 질 같은 것에 미칠 영향 같은 것 말이다.
곰팡이가 있는 집에 사는 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세계보건기구 WHO의 보고서를 봐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곰팡이와 질병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밝히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한다. 곰팡이가 많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적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보다 좋지않다는 유의미한 조사보고는 있다.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이런 말이다. 곰팡이가 유해하긴 한데 사람 체질에 따라 병이 생길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의견이 그렇다면 집을 짓는 사람들은 건축주의 체질 검사를 해서 곰팡이에 대한 입장을 정하던지 아니면 그냥 곰팡이는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게다가 심리적인 요소도 또 있으니 말이다.
그럼 오렌지 곰팡이의 운명은 결정이 되었다.
싸그리 없애 버리고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깨끗이 닦아내는 것이 1번이다. 비눗물 뭍힌 물걸레로 닦으라고 하는데 물티슈 같은 것도 좋다. 물티슈에 약간의 소독약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 일은 곰팡이가 피었던 곳에 곰팡이 살균제, 방지제등을 뿌려주는 것이다. 그다음엔 잘 건조를 시켜야만 한다. 오렌지 곰팡이 뿐만 아니다. 다른 모든 곰팡이들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살균소독을 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청소하고 살균소독하고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애시당초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는 것이다. 모든 건축자재를 한번에 받아서 비 맞추지 말고, 공정에 따라서 분리 발주하고, 들어온 자재는 잘 보관하고, 건축중에 비가 내릴 것 같으면 잘 덮어주고, 항상 청소는 깨끗이하고 하는 것들이 좋은 집을 짓는 그리고 좋은 목수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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