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다 약점이 있다.
난 꽤 많은 편이다. 학생시절 수학이 죽도록 싫어서, 나름 공부는 해봤지만 도대체 이해가 안되어서 문과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졸업후 수학 비슷한 것만 보여도 저만치 멀리 돌아다닌 관계로 이런저런 숫자와 계산에 약하다. 지금도 숫자만 나오면 그냥 다 넘겨버리고 계산이야 맞던말던 글로 써져있는 결론만 본다. 그래도 설마 계산도 안맞는 얘길 공개적으로 할 리는 없다는 믿음이 배신당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 수공식 통나무 오두막을 만든 자칭 조선최고의 톱쟁이 형님, 통나무 다루는 솜씨는 조선 최고인 것 같은데 목조마감 부분으로 들어가면 가끔 헛점들이 나타난다. 목조주택 짓는 법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곁눈질하며 배운 지식들엔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요소들이 빠져있는 경우들이 있다. 딱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지붕 합판 작업할때 보니 합판의 열과 열을 서로 엇갈리게 시공을 하지 않고 그냥 위 아래가 똑같이 겹치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참.... 뭐라 얘기할 수도 없고. 그냥 넘어가자. 큰 일도 아닌데... 아뭏튼 그렇게 넘어갔다. 그때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취약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뭐 그 양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유튜브에 떡하나 이런 동영상 화면을 올려 놓고 아무 생각도 없는 미국 빌더도 있다. OSB와 OSB 사이에 설치하는 1/8인치 갭에 대한 설명을 하는 영상인데 이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식으로 합판과 합판 4장이 한 곳에서 만나 생기는 교차로 모양을 포 코너(four corner)라고 한다. 대부분의 빌더는 이런 식으로 시공을 하지 않는데 희안한 미국 빌더다. 목조주택 원산지 빌더라고 너무 믿지 말자.
보통 지붕이나 바닥 합판 시공할 때는 아래 그림과 같은 식으로 합판을 서로 엇갈리게 시공을 한다. 일본 빌더들도 제대로 배우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질문 하나
포 코너가 생기면 뭐가 문제인데??? 그게 갑자기 궁금해졌다. 호기심은 배움의 시작단계이다.
조선최고의 톱쟁이를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미국 빌더들도 왜 합판을 서로 엇갈리게 시공을 하는지에 대해선 답을 잘 얘기하질 못한다. 그냥 옛날부터 그래왔고 그게 더 좋아 보이고 더 튼튼해 보인다는 식의 얘기들만 하고 있다. 어디 규정에 그러라고 써 있는 것은 못봤다는 글들이 많다. 진짜로 건축 규정엔 그런 내용은 없나?
목조주택과 관련된 건축규정은 두 개가 있다. IBC, IRC. IBC는 모든 건물에 대한 범용적 내용이고, IRC는 그중 소규모 개인주택의 건축에 국한한 규정이다.
* 좀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면 아래 글 참조.
https://blog.naver.com/jeffrey001/220849085024
건축규정을 만드는 ICC에 올라와 있는 비슷한 질문에 대해서
코드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렇다. 합판을 엇갈리게 설치하는 것에 대해선 IRC엔 관련되는 내용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IBC에는 그 규정이 있다고 한다. 다만, 직설적으로 합판을 엇갈리게 설치해야만 한다는 식의 내용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IBC 코드 2306.3 나무 칸막이구조 에 대한 조항중
2306.3.4.1항목에 보면 인접하는 보드의 엔드조인트(end joint)는, 즉 합판의 끝과 끝이
만나는 곳, 최소 한개 이상의 스터드나 장선 간격으로 떨어져 설치하라고 되어 있는 것이
합판을 서로 엇갈리게 설치하라는 것에 대한 조항이라고 한다.
참고로 IBC 2306은 구조체가 받는 하중처리에 대한 규정이다. 그 얘기인즉, 합판을 일렬로 정렬하는 것 보다는 엇갈리게 설치하는 것이 구조적인 면에선 더 안정적인 것이라는 얘기이다.
관련되는 자료를 찾는 중에
본 글 하나의 해석이 정말 심플하다. 가끔은 과학적인 설명보단 직관적인 설명이 더 잘 와닿고 이해가 잘된다. 그 아저씨왈 벽돌 쌓을 때 위아래가 서로 엇갈리게 쌓지 일직선으로 쌓아 올리는 것 봤냐는 것이다. 당연히 못봤다. 이유는 그런 식으로 쌓으면 금방 무너지니까... 뭐 합판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하는 얘기였다. 그러네... 사이다 설명!!!
참고로 내가 약점이 많아도 별 문제없이 살아가는 이유, 그런 소소한 약점들은 살아가는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 오두막 지붕 합판을 엇갈리게 설치했는데도 그냥 넘어간 이유는 작고 낮은 집인지라 뭐 그 정도야 대세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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