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검사 때문에 새벽같이 방문했던 대구의 한 집,
아침엔 좀 시원할까 해서 일찍 갔던 것인데 집 근처에서 외부습도를 재어보니 70%가 훌쩍 넘는다. 온다던 비는 안오고 구름만 잔뜩 낀 날씨에 온도마저 높아 비닐하우스같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한숨부터 나온다. 땀깨나 흘리겠군. 습도가 높으면 땀 증발이 잘 안되기 때문에 몸이 잘 식지않아 더 많은 땀을 흘리게 된다. 여기나 예상대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일찍 작업 끝내고 근처에 있는 지인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남는 시간 잠시 팔공산 갓바위에 한번 올라가볼까 하고 시도를 해 봤다. 어이쿠~ 이건 뭐 산 속인데도 축축한 분위기, 땀이 또 줄줄... 포기하고 길가 벤치에 앉아 있자니 전화들이 몰려온다. 묻는 질문은 단 하나 결로가 생겼는데요... 여름 장마철이다보니 결로로 고생하는 곳들이 많다.
빌딩 주인들은 현관 바닥에 생긴 흥건한 물들이 건축하자가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를 내고있고, 건설사들은 도대체 그 많은 결로수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만 할지를 난감해 하면서 물어보고, 냉동창고 벽에 갑자기 생긴 결로로 원인을 몰라 당황해 하는 목소리들까지 다양도 하다.
팔공산 자락 벤치에 앉아서도 습한 날씨에 뻘뻘 땀 흘리고 있던 나로선 원인들이 뻔해 보인다. 모두 다 갑자기 높아진 습도 때문에 그렇다. 한반도 위를 구름이 푹 덮고 있고 바람은 불지않고 날은 더우니 증발된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나라 전체가 그냥 비닐하우스 안쪽처럼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러니 차가운 부분, 특히나 흡습성이 없고 맨질맨질한 부분들엔 결로들이 생겨나는 거다. 지하실 주차장의 우레탄도장된 표면, 현관 앞의 대리석, 타일, 냉동창고의 금속판넬 표면 등 모두 빛이 날 정도로 뺀질뺀질하고 흡습성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적은 재료들이다.
어찌어찌 일 끝내고 가족들 있는 아파트로 돌아가니
역시나 지하 주차장이 흥건하다. 그래서 재 봤다. 도대체 어느 정도 습도와 온도이길래 이렇게 흥건해 질 수가 있는지... 주차장 저 바닥에 있는 물기들이 다 습한 공기중의 수증기들이 결로되면서 생긴 것들이다.
물만 보면 누수 아니냐고 건축하자라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표면에 아래 사진처럼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로현상이라는 증거이니 이런 것 정도는 좀 확인한 다음에 따지시도록... 근거없이 따지기만 하면 좀 모자라 보일수 있으니까.
지하 주차장의 습도와 온도를 체크해 봤다. 상대습도 74.5% 많이 높다. 온도는 24.2도. 환풍기 열심히 돌리고 있는데도 이 모양이다. 외부 습도가 워낙 높으니 어쩔수가 없다.
주차장 우레탄 표면의 온도는 16.2도 이다. 땅속 온도를 거의 그대로 반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습도 74.5% 일때 결로가 생길 수 있는 듀포인트(dew point), 즉 이슬점은 19.1도이다. (왜 그런지, 상대습도와 이슬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은 이 블로그에서 사이크로메트릭챠트, 온습도표를 검색해서 읽어 보시도록, 결로 관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이다.)
즉, 이 정도 습도에선 표면 온도가 19.1도 보다 낮은 곳엔 결로가 생긴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바닥표면 온도가 16도이니 결로가 안샐길래야 안 생길수가 없다.
(참고로 요런 것 다 나오는 측정기는 비싸다. 보통은 온도계, 습도계로 측정하고 온습도표 보면 된다.)
저 상태에서 결로를 없애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주차장 표면 온도를 3도이상 올려주는 방법, 다른 하나는 상대습도를 낮추는 방법. 온습도표 차트를 보니 상대습도를 한 15% 정도 낮춰주면 결로가 생기질 않는다. 주차장 바닥 난방을 하거나, 온풍기를 켜 놓거나 제습기를 엄청 돌려야만 한다는 얘기인데 다 쉽지가 않다. 왜냐면 주차장 입구가 커다랗게 뻥 뚫려 있으니까...
하지만, 아파트나 건물의 관리사무소에서 뭔가 열심히 한다. 환풍기도 열심히 돌리고 제습기도 이곳저곳 사방에 설치해서 틀어놓고..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인데 그것들 사실 효과가 별로없다. 잘 관찰해 보면 알겠지만 외부 날씨가 해가 나고 맑아져야만 결로현상이 없어진다. 그런데 왜 그런 효과도 없는, 아주 없다면 좀 그렇고 효과도 적은 일들을 하냐면 하도 주민들이나
건물주들이 난리를 치니까 뭐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비오는날 창문 열어놓고 제습기 켜 놓으면 습도가 낮아질지... 주차장 사방 뻥 뚫려있는 그 넓은 주차장 출입구들을 생각해 보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건물 결로 관리의 첫번째 수칙, 자연에 대항해서 싸우려 하지말라. 그냥 가장 좋은 방법은 열심히 닦아내는 것이다. 골프카트처럼 생긴 청소차 타고 다니면서 열심히 닦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바닥도 깨끗해지고 미끄러질 염려도 적어지고...
참고로 아파트 주차장처럼 뚫린 공간이 아닌 문이라도 달려서 막혀있는 공간들은 결로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습도를 낮추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하주차장 엘레베이터실 앞쪽엔 출입문이 달려있는 것이다. 보안 목적도 있지만, 습도관리의 목적도 있다.
* 오늘 아침은 가을 날씨처럼 하늘이 맑고 선선하고 바람이 많다. 공기중에 습기가 확 줄었다. 외출하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어제 저녁까지 주차장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던 물기들이 하나도 없다. 그새 싹 말라버린 것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결로는 외부날씨에 그렇게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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