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그다지 역사가 길지 않다는 것에 놀라는 경우들이 있다. 흔히 접하는 콘크리트 통기초도 그런 것중의 하나이다. 이제 겨우 70년 정도가 지났다.
이차대전이 끝나고 미국 뉴욕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북새통이었다. 사람은 많고 집은 없고, 덕분에 난방도 안되는 지붕밑 다락방조차도 월세가 비싸던 시절이었다. 집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집을 짓는 속도는 못따라가는 그런 상태였던 것 같다.
당시 레비타운 이라는 건축업자가 있었는데
주문 받은 집은 많은데 짓는 속도는 못따라가니 속 많이 탓던것 같다. 집을 빨리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딱 걸리는 부분이 기초였다. 당시 뉴욕의 건축법엔 여러가지 이유로 지하실이 있어야만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2차대전에 참전했던 레비타운이 보기엔 집도 군대 막사 짓듯이 콘크리트로 바닥만들고 그 위에 건물 올리면 빠를 일을 지하실이 있어야만 한다는 규정 하나 때문에 발목 잡혀 있는 꼴이었다. 그 조항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날라갈 수가 있다는 생각에 규정을 고쳐 달라는 신청을 하게 된다.
신청 이유는 집 많이 지어서 돈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택문제로 고생하는 시민들의 주거여건 개선을 위한 건축규정의 독소조항 삭제 요청 정도 됐을 것 같다. 거기에다가 혹시라도 지하실이 없으면 생겨날 문제 등의 이의 제기에 대항하기 위해 당시 미국 유명건축가인 미스반데어로에가 소개한 바닥난방 방식이라는 신기술도 듬뿍 조미료로 첨가하였다.
뉴욕의 헴프스테드에서 1947년 5월 17일에 열린 건축규정관련 회의,
변호사까지 대동하여 다락방에서 얼어죽을 뻔한 사람들의 사례들 들먹여가며 따뜻한 새 집 공급의 필요성을 역설한 끝에 모든 집엔 지하층이 있어야만 한다는 규정이 수정되었고, 그때부터 몇년간 레비타운은 정말로 날라다니는 속도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7년 그해에만 2000채의 주택을 신축했고, 4년뒤인 1951년엔 17,447채의 주택을 건축하여 16분에 한채 꼴로 집을 지은 기록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이 레비타운이 도입한 콘크리트 통기초(Slab-on-grade) 공사 사진이다.
지금처럼 땅 파고 자갈깔고, 비닐치고, 단열재 넣는 것 등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그저 평탄 작업정도 해 놓고 바닥에 난방용 구리관 깔아서 콘크리트 부어 만드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지은지 15년 정도 지나면 바닥난방 파이프들이 누수가 되어서 대개 바닥 난방은 포기하고 살았다고 한다. 지하저장고가 없는 부분은 당시 보급되기 시작한 냉장고가 대신해 주었다고 하고...
요즘 저렇게 지으면 대형하자 부실 공사라고 난리가 날텐데, 그땐 저게 최신 공법이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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