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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 등의 건축재료에 대한 부적절한 설명, 단어사용이 끼치는 악영향

빌딩사이언스(건축과학)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5. 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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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 짓기와 관련된 카페나 블로그들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뭐랄까 너무 최선이나 최악, 즉 극단적인 쪽으로만 건축 재료들이나 공법들을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EPS는 물에 젖으면 단열성이 없다."

"유리섬유 단열재는 습기를 먹으면 무조건 갈아야만 한다." 

"벽체엔 습기가 들어가면 안되도록 완벽하게 기밀시공해야만 한다." 

등등의 말들이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세상 일을 칼로 물 자르듯이 나눌 수 없듯이 건축재료들이나 공법들의 특성이란 것이 그리도 단순하게만 볼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현실은 좀 더 두리뭉실해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쪽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오해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건축재료나 공법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들이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잣대대로 받아들이기 좋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데 "젖는다"는 단어 하나만 해도 굉장히 폭넓은 생각의 경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하게 습기가 좀 많이 들어간 수준을 젖는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물에 잠길 정도로 흥건한 상태를 젖는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PS가 젖는다고 표현을 하는 것은 EPS내에 있는 빈공간이 물로 채워진다는 이야기이다. EPS, 즉 스치로폼은 비중이 물보다 낮기 때문에 물에 올려 놓으면 동동 떠오르지 가라앉지 않는 재료이다. 이걸 물 속에 쳐박아 놓고 돌로 올려 놓은 상태에서 시간 좀 걸려야만 전체 무게의 4% 정도가 물로 채워진다.(밀도에 따라서 차이는 있다.) 하지만 그런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듣기에 젖는다는 말은 젖은 종이를 표현하는 말이나 그다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젖어서 단열성이 없다는 식의 말은 사실은 습기가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사용되면 단열성이 떨어질수 있다 정도가 제대로 된 표현일 것이다. 

 

(해외엔 호수에 띄운 EPS 기초 위에 집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호수에 EPS 단열재를 띄워놓고 집을 짓고 있다

 

비슷한 표현의 말이

젖은 유리섬유 단열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도대체 어느 수준을 젖은 것으로 볼지가 명확하지가 않다. 영어로는 damp (축축한), wet(젖은), soak (푹젖은) 정도로 구분이 될 것 같은데 그게 다 우리나라 말로는 다 젖었다는 식으로 표현들이 된다. 내가 보기엔 축축한 정도의 수준인데 젖었다는 식으로 표현이 되는 경우들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 결로 등의 문제가 생겼을때 단열재까지도 무조건 다 교체를 해야만 한다는 식의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꼭 그렇게 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는 그저 잘 건조만 시켜주어도 문제가 없다.

 

(사실 어느 정도 수준까지인지는 설치된 조건에 따라서 다 다르기에 얘기하기가 어렵다.

 유리섬유 단열재 자체 보다는 그 주변 환경이 어떤지에 따라서 결정될 요소들이 더 많다.)

 

벽체속 오래된 유리섬유 단열재 사진

 

"완벽한 시공" 이런 말도 사실은 좀 극단적인 표현이다.

건축에 있어서 완벽이란 없다고 보면된다. 그래서, 건축의 공법들은 여러겹의 방어선들을 만들어 두는 것들이 기본이다. 예컨데 빗물을 막기 위해 지붕을 만들때 제일 바깥에 슁글이 있고 그 아래에 방수포가 있고 또 그 밑에 합판이 있고 하는 식으로 여러겹으로 만드는 이유는 하나 만으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지붕뿐만 아니라 주택의 모든 부분들은 그 기본 원칙이 적용이 된다. 그래서 여러가지의 건축재료들이 함께 사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건축재료들의 특성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빌딩사이언스 과학자인 조 스티브룩이 얘기하는

완벽한 벽체(퍼펙트월)의 개념도이다. 강의때 마다 얘기하는데 완벽하다는 것은 연구소에서나 실험할때나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현실에선 시공상의 문제, 환경적인 문제, 건축후 건물의 움직임 등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완벽함 보다 중요한 것은 시공이야 좀 문제가 있더라도 벽체가 안밖으로 건조가 되도록, 안되면 최소 어느 한쪽으로는 건조가 되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벽체를 적시는 누수와 같은 만일의 일이 항상 벌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 스티브룩의 퍼펙트월 개념도 일종

 

잘못된 단어들의 사용이 넘치는 이유중의 하나는

아마도 건축재료들을 홍보하는 광고문구들과 같은 것들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방면은 비교를 하지 않으면 돋보이지 않는 그런 특성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될 것 같다. 아주 새로 나온 재료가 아니라면 그냥 오랫동안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건축재료이라면 그냥 용도에 맞게만 사용을 하면 최고의 성능은 아니더라도 문제는 되지않는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의 성능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의 건축재료의 특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건축재료들의 궁합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너무 개별적인 부분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 전체적인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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