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횡성에 집 짓는 분이 한밤중(?)에 전화를 주셨다.
난 좀 일찍 자고 남들 자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일하는 편인지라 저녁엔 조금만 늦어도 한밤중이다. 졸린 목소리로 뭔 급한 일인가 하고 들어보니 집 짓고 있는데 북쪽편 스타코플렉스 위쪽으로 결로가 생겨서 줄줄 흐른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참, 그깟 일로... 낮에 전화하시지... 그 시기엔 흔하게 생길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 드렸던 기억이 난다.
며칠전 새벽에 동네 집들 한번 순시를 나갔다. 주택검사가 업이다 보니 동네 집들도 항상 연구의 대상들이다. 차를 몰고 천천히 지나다보니 한 집의 벽면이 헤드라이트 빛에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거린다. 내려서 다가가보니 벽체의 위쪽으로 성애들이 허옇게 생겨났다. 스터드들 부분은 안생기고 단열재가 들어간 부분만 성애들이 허옇다. 그 부분이 스터드 부분보다는 차가운 것이다.
그래서, 뭔 이상이 있냐고???
이상은 무슨, 아무 이상도 없다. 정상적인 현상이다.
우리 동네 집처럼 성애가 벽체의 밖에 생기거나, 횡성 그 집처럼 결로가 벽체 외부에 생기는 것을 왜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마치 비유하자면 여름철에 비가와서 외벽의 표면이 젖었다고 걱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이다. 외벽은 원래 그런 것들에 충분히 대비하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타코플렉스가 괜히 방수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외벽에 결로현상이 생기는 것은 조건이 딱 그 상황에 들어 맞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대개 약간 언덕진 곳에 위치한 북쪽의 벽에 많이 생겨나는데 이유는 낮에 햇볕을 잘 받지못해 벽체가 남쪽벽보다 차가운데다 밤엔 산위에서 아래로 바람이 부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스터드 부분은 실내쪽에서 열이 전해지다보니 단열재 부분과는 다른 표면온도를 가진다. 주로 단열재가 설치된 부분에 성애나 결로가 생기는 이유이다. 레인스크린 부분에도 이런 현상이 생겨난다. 그것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빌딩사이언스에서 얘기하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변한 현대 주택의 5가지 특징중에 하나가 단열재의 사용으로 인해서 외벽이 차가워진다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을 가르키는 얘기다. 안쪽에서 열 공급이 줄어들면 외벽은 점점 더 차가워진다. 차가워진 표면에는 습기가 몰린다. 그래서, 요즘 지어지는 외벽들이 복잡한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습기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집이 지어지는 원리에 대해서 잘 모르면 엉뚱한 생각들을 하기 쉽다. 아는 것이 힘이다란 말은 이런 부분에도 적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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