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인가 주택검사를 하러 갔던 집에서 본 광경이다.
아래같은 커다란, 정말 커다란 공기청정기가 거실, 안방, 작은 방 등 서너 곳에서 한꺼번에 돌아가고 있었다. 뭐랄까, 공기청정기의 윗부분이 돌아가면서 보이다말다 하는 조작판넬에 보이는 조작 패널의 불빛들이 뭔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아뭏튼간에 놀랬다. 가전매장도 아닌 한 집에서 그렇게 많은 공기청정기를 보긴 처음이었으니까.
좀 당황스러운 장면이긴 하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공기청정기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런 방식으로 쓰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 그런 형태의 공기청정기라는 것이 방 하나 정도의 범위 밖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황당한 장면이지만 뭔가 알고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그런 집이다.
공기 청정기,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 열어 환기 시키는데에 거의 공포수준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보니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다. 내 생각으론 사실 별 효과는 없는 심리적인 안도감이 클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이긴 한데 관심 갖는 분이 많으니 좀 참고가 될 만한 글을 소개 한다.
미국에서 친환경건축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건축관련된 조언을 주는 사이트가 있다. Green Building Advisor라는 곳인데, GBA라고 부른다. 현재 그 사이트 운영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마틴 홀라데이라는 양반이다. 빌딩 사이언스 연구결과들에 기반을 한 글과 조언들을 올려준다. 그 사람이 실내 공기청정기에 대해서 미국의 실내공기의 질과 관련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서 쓴 글이다. 제목은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회사들이 얘기하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이 양반은 공기청정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우선은 기능적인 부분을 떠나서 공기청정기 하나로 공기를 청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제한적 이라는 것이다. 공기청정기 하나로 집안 공기를 다 깨끗하게 한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조언한다. 대개의 공기청정기들은 청정기아 있는 부근, 좀 더 용량이 큰 것은 방 하나 정도에만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개는 공기청정기가 필요가 없지만 혹시나 집안에 호흡기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는 환자가 있다면 그땐 환자 옆, 그러니까 침대 옆에 두고 사용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아래 사진과 같은 식으로 사용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하는 공기청정기의 필터 성능이 중요한데
HEPA 필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선택을 해야 그나마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공기 중의 곰팡이포자나 미세먼지 등을 걸러낼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환자가 있어서 공기청정기가 굳이 필요하다면 HEPA필터가 있는 것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럼 그외 기타의 것들은? 뭐 그다지 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이다.
탈취, 유기화합물(VOCs)들을 줄여주는 기능이 있다고 얘기하는 숯이 들어간 필터? 냄새를 줄이고, VOCs를 줄이는데효과가 있으려면 숯이 최소 2.5Kg 이상이 있어야만 한다고 한다. 공기청정기 필터엔 숯 알갱이 쪼금 들어갈 뿐이다. 효과가 없다. 뉴욕타임즈에 나온 얘기이다.
자외선 살균기능 ? 실내 공기의 양에 비해 살균하는 공기의 양이 적어 별 효과가 없다. 이 기능의 또 다른 문제점은 살균과정에서 오존이 나온다는 것이다.
효과가 없는 것들은 그래도 괜찮은데 그걸 넘어서 오히려 해를 주는 공기청정기들이 있단다. 바로 오존이 나온다고 하는 제품들이다. 살균과 탈취 효과가 있다고 주로 광고한다. 오존은 결정적으로 폐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이 오존이 나오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다양한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또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실내에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가구, 플라스틱 등 화학물질들이 들어간 제품에 영향을 미쳐 포름알데히드의 방출을 촉진하고,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그러니까 오존이 나오는 공기청정기는 공기청정 보다 오히려 실내 공기의 질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음이온이 나오는 공기청정기? 사면 안되는 제품으로 아예 적어 놨다. 이유는 오존이 발생하는 공기청정기와 같다.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잘못된 공기청정기의 선택은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이다. 그럼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가장 기본적인 방법들을 사용하라고 얘기해 준다. 요리할 땐 후드 반드시 사용하고, 환기 자주 시켜서 내부외부 공기를 교환시켜 주라고... 미국은 미세먼지 문제가 없어서 우리 사정을 잘 모르긴 하지만 외부 공기가 아무리 안좋아도 환기 안하는 실내공기보단 좋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공기청정기? 환자가 있는 집 외엔 대개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굳이 사겠다면
HEPA 필터를 사용하는 제품을 선택하시오. - 마틴 홀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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