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주택의 단열문제는
뭐랄까 몸통을 드러낸 지뢰 같은 존재이다. 주택에 대해 좀 들여다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는 있지만 누구 하나 굳이 얘기하려고 하지는 않는 그런 문제이다. 그냥 당연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전원주택에 대해서 이제 막 꿈을 키우기 시작하는 생초보자들이 또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힘든 과정들이 생겨난다.
지금까지 이동식 주택의 경우 단열검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 주택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경제성이 최우선적인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부러 돈 들여서 집이 왜 추운지를 진단을 받는다는 것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동식 주택이 주로 상시 거주하는 형태이기 보다는 주말에나 활용하는 형태인 경우가 많다보니 싼게 비지떡이네 하는 심정으로 계절이 좋을 때만 주로 이용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뭔가 개선이 되기 보다는 그냥 그 수준에서 멈춘듯한 인상을 받는다.
몇해전 첫 단열검사가 특이하게도 이동식 주택이었다.
이동식 주택 세 개를 연결해서 만든 이층 집이다. 건축비도 적잖이 들어간 집이다. 건축비는 얘길 하지 않는데 다른 말로 유추해 보건데 그냥 일반적인 목조주택 한 채는 지을 수 있는 돈이 들어간 것 같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서 지었다고 한다. 건축계에서 아는 사람이란 하자 많은 집을 짓게 되는 이유들 속에 꼭 들어가 있는 공통분모 같은 존재들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이 악의를 가지고 한 일들도 아니기 때문에 뭐라 그럴 수도 없는, 집주인만 속 터지는 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이동식 주택은 예전에 주택검사 일을 하던 초기에 몇 채를 시험삼아서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공통적으로 세가지 부분에서 단열성에 문제가 있다.
첫째, 바닥단열이 제대로 안된다.
둘째, 지붕이 너무 얇다. 단열성이 떨어진다.
세째, 벽체도 너무 얇다. 단열기준에도 못미친다.
세 부분을 적어 놓고 보니 집 전체가 단열성이 취약하다는 얘기이다. 덕분에 생기는 일들이 여름엔 엄청 덥고, 겨울엔 엄청 춥다는 현상이다. 그러니 이동식 주택은 여름용, 겨울용 주택은 못된다는 말이다.
검사한 집도 똑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이동식 주택의 한계이다. 어쩔수가 없다. 이동을 시켜야만 하니 무게를 크게 늘릴수도, 지붕이나 벽 두께를 더 늘리기도 어렵다. 크레인으로 번쩍 들어서 차에 싣고 내리고를 반복해야만 하니 프레임은 쇠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아예 컨테이너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고질적인 열교현상에 시달릴수 밖에 없다.
보일러를 그렇게 열심히 틀었다고 한들 실내 공기의 온도 16도, 바닥온도 15도, 벽체 표면온도 12~13도, 이층은 바닥단열을 안하므로 실내온도 7~8도, 벽체온도 2~3도... 이층은 겨울철 거주 불가, 일층은 그나마 이층이 막아주니 15~16도 수준의 썰렁한 온도로 생활은 가능, 남자들은 좀 버텨볼까 해도 여자들은 추운 것은 딱 질색이므로 거주 포기... 겨울엔 다른 곳에 가서 살고 있는 형편이다. 정상적인 상황은 못된다.
정말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은 집이다. 뒤쪽으로 산이 있고, 앞쪽으로 정겨운 개천이 흐르는 곳. 게다가 앞쪽 강건너 편에 건강에 좋은 유명 음식점도 있어서 나도 몇 번 가봤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더 아쉽다. 집만 좋았다면 정말 나무랄데가 없는데...
향후 집을 어떻게 고쳐야만 할지에 대해서 집 주인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주고 나왔다. 나오면서 보니 그 집의 아랫쪽으로 또 비슷한 방식의 집이 하나 더 보인다. 한숨부터 나온다. 저 집도 상황은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그 집도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동식 주택은 단열성을 많이 개선을 해야만 한다. 지금 지어지는 정도로는 정부에서 고시한 단열기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일 것이다. 한철 쓰고 말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선택에도 좀 더 신중해야만 한다. 어릴 적 보았던 학교앞 문방구에 진열된 화려한 색깔들의 불량식품과 같은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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