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걸려온 문의전화, 이런! 꽤나 급한 일인가 보다.
늦은 전화에 좀 놀라긴 했으나 어쩌랴, 이미 받은 전화이니 상담을 이어간다. 원룸에 거주하는데 이번에 날 추울때 보니 외벽쪽에만 곰팡이들이 피어났다고 한다. 단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주인은 환기 문제라는 주장만 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그래서 바로 윗집에 가서 얘기하고 살펴봤더니 역시나 거기도 외벽쪽에만 곰팡이가 생겨 있다고 한다. 그러니 단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차분 차분 또박 또박 얘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원룸 주인은 그걸 인정을 하지 않을까?
(상담후에 보내 달라고 해서 받은 사진 중 일부이다.)
원룸주인 입장에선 좀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외벽이야 단열을 했어도 좀 차가운 부분이긴 하지만 사는 사람이 환기를 잘 하고 관리를 잘 했으면 그래도 곰팡이가 저렇게 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즉 집 문제보다는 사용자 잘못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이유는 당연히 집 문제이면 집주인 책임이고 돈 드는 일이지만 사용자 책임이면 자기 돈 안들어가도 되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보면 원룸주인들 중에 형편이 아주 좋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또 형편이 좋더라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니면 그렇게 발뺌하지 않으면 임대업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화건 아가씨는 답답하니
나에게 와서 주택검사를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난 거절이다. 왜냐면 곰팡이 난 것 닦아내고 말려주거나 심하면 그 벽만 다시 도배하면 되는데 사실 그 돈이 얼마들지 않는다. 반면 검사비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되기 때문에 원룸검사는 주로 사양한다. 집이야 워낙 덩치들이 있고 거래가격들이 크기 때문에 검사비가 부담되지 않지만 원룸들은 그런 경우들이 아니다.
사실 저런 식으로 실내에 곰팡이들이 생기는 것은
사는 사람들에게도 좋지가 않고, 원룸주인들에게도 좋지가 못하다. 사는 사람에게도 좋지가 못하고, 집 망가지는 일이기 때문이고, 임대 원룸의 평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런 상태를 그대로 두고 임대업을 하는 사람이 내책임이 아니라고 뒤로만 물러나 있는 것은 집관리라는 측면에선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차라리 집문제이니 단열문제이니 하고 둘이 싸우는 것 보다는 제습기를 한 대 사주고 겨울철엔 난방과 환기 잘 하면서 함께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게 오히려 곰팡이 핀 벽 도배해 주는 것을 반복하고, 세입자와 다투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 정신적으로 더 나은 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내가 원룸에 좀 살아보면서 시간날때 주변 원룸건물들의 단열상태도 살펴보곤 했는데 대개의 원룸 건물들이 단열성이 좋지가 못하다. 허접한 건축업자에게 당한 원룸 건물주들이 괜히 그 화풀이를 세입자들에게 하고 있는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문제가 생기면 오로지 분쟁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길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문제의 원인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결로와 곰팡이 문제는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주택하자 검사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동식 주택은 단열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다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선지... (0) | 2022.05.09 |
---|---|
설계와 달리 열반사 단열재를 사용했다 주택하자로 고생한 건축사와 시공사 사장님 (0) | 2022.05.07 |
여름용 집 지어놓고 겨울철 단열 걱정, 대책이 없네 ㅠㅠ (0) | 2022.05.06 |
주택 겉만 보고 사면 안되는 이유, 주택검사를 해보니 누수문제로 속이... (0) | 2022.05.06 |
하자문제 때문에 주택 구입이 두렵거나 망설여진다면 주택검사를 먼저 받아보세요 (0) | 2022.05.0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