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끔 후회할 일들이 생겨난다.
내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바라진 않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집과 관련된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거기에다가 내가 좀 더 관심을 가졌었다면 하는 맘까지 생긴다면 더욱 그렇다.
며칠전에 소개해 주었던 주택의 가벼운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남쪽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했던 후배가 오후가 되니 다시 올라오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런가 물었더니 가 봤더니 집의 상태가 예상과는 달리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내가 좀 당황스러운 것은 그 집 샀다며 보수작업을 해달라는 사람들에게선 그런 상황에 대해선 전혀 얘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집의 외관이 좀 낡았으니 깨끗하게 벗겨내고 다시 칠을 해 달라는 얘기만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한두사람이 며칠 작업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마침 시간이 되는 후배에게 연락해 숙식비와 인건비 정도만 받고 일해주고 오라고 연결해 주었던 것이다.
나한테 그런 얘기 전혀 안하던데 하는 내 말에 그 후배가 하는 말이
"그 사람들 집에 대해선 전혀 몰라요." 이다.
주택 하단부의 나무가 상한 것도 모르고, 지붕의 처벽 쪽으로 누수가 생긴 흔적들이 있는데도 모르고, 데크 하단쪽에서 집쪽으로 물이 흐른 것도 모르고... 뭔가 이리 많은지 ㅠㅠ
더 당황스러운 부분은
후배가 얘기하는 것들 대부분이 뭐 자세히 검사를 해서 나오는 것들이 아니라 그냥 눈으로 뻔히 보이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것들이 문제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 뜬 봉사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것저것 손 볼 곳들이 많다는 얘기에 집주인 당황한 것 같다. 잠시 일을 미루자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올라오는 중이라는 것이다.
전화 끊고나서 생각을 해보니 그 집 샀다고 연락이 왔던 것이 작년 일이다. 집 샀다고 하면서 건물외관과 데크를 깨끗하게 칠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다지 크지도 않은 집이고 칠하는 것만 물어보니 어련히 알아서 잘 샀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갑자기 좀 후회가 된다. 그때 주택검사라도 한번 받아보라고 할껄 하는 생각이 든다. 집 사기 전에 검사 받았다면 아마도 상황이 또 달라졌을 것이지만 집 사고 나서도 바로 검사를 했다면 집을 판 사람과 협상을 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자보수에 대한 규정이 있으니 말이다. 혹시나 그 기한이 지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는 얘기이다. 또 매매후 바로 이야기하는 것과 시간이 지나서 이야기하는 것에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대응자세에도 변화가 크다. 그래서 더 아쉽다.
다른 일 잘 하는 사람들도
유독 집 문제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기술자가 그저 한번 훑어 본 것만으로도 나오는 문제점들을 계속 바라보며 있으면서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시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관련지식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관심은 입지, 주변환경, 외관, 가격 등에 가 있기 때문에 집의 상태에 대해선 주의를 그다지 기울이지 않는다. 좀 있어도 고치면 되지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 문제는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적지 않는 돈이 들어가는 경우들이 많다. 게다가 요즘 집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숨겨진 문제들이 많다.
집 사려 한다면 미리 주택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미 샀다고 해도 주택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그나저나 그 집은 머리 좀 아프게 생겼다. 손 볼데가 한두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싼 줄 알았던 집이 알고보니 훨씬 더 비싼 집이 된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주택하자 검사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정에 물자국, 누수인지 결로인지 구별이 안되어 벽 뜯고 1년째 방치중 (0) | 2022.05.09 |
---|---|
흙은 단열재가 아니다. 흙집이 춥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해서 배우겠다면 미리 읽어볼 만한 체험후기 (0) | 2022.05.09 |
안방 천정에 물방울이 떨어지는데 누수인지 결로인지 분간이 안되다보니 천정 뜯어 놓고 삼 년, 하자분쟁 조정가서 또 아니라고 하고... (0) | 2022.05.09 |
이동식 주택은 단열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다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선지... (0) | 2022.05.09 |
설계와 달리 열반사 단열재를 사용했다 주택하자로 고생한 건축사와 시공사 사장님 (0) | 2022.05.0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