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뉴스보다보니 '퇴직은 있어도 은퇴는 없다.'는 PD수첩 동영상이 뜬다. 도입 멘트가 귀에 착 감긴다.
"회사대신 도서관으로 출근했습니다."
에휴! 그 뒤는 안들어봐도 다 상상이 된다.
예전에 나도 그랬는데... 난 바로 도서관은 아니고 처음엔 고시원으로 ㅎㅎ
회사 그만 둔다고 손든 다음 퇴직 날짜까지 몇달 출근 안해도 되는 기간이 있었는데 집에 있기도 그렇고 어디 갈데도 없고 해서 동네 헬스장 위에 있던 고시원 하나 얻어서 매일 그리로 출근을 했었다. 아침에 운동하고 고시원에 틀어 박혀서 뭘 했냐 하면... EBS의 세계테마여행 하루 종일 봤다. 그때 이후로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세계 여행의 꿈이 사라졌다. 세계 곳곳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어딜 가고 싶지가 않아지는 후유증이 생겼다. ^^;

몇 달 잘 놀았다. 아침 출근시간대에 한강가에서 자전거 타면서 전철에 가득찬 사람들 보면서 내가 직장을 안다닌다는 것을 되새김질했다. 뭘 할까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진짜로 퇴직 처리가 된 날, 한 선배님이 갑자기 전화를 했다. 자기 회사 옮겼는데 그리로 오라고... 이건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왠 행운! 덕분에 한 3년더 직장생활을 했다. 그리곤 또 사표 던지고 나왔다! 두 경우 다 내가 던지고 나온 상황인지라 실업급여 이런 것은 받을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실업급여 받았다는 사람들 보면~~ 내심 부럽다!
아뭏튼 이번엔 새로 이사한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으로 출근을 했다. 책 한 10권 뽑아도 놓고 좋은 글들은 노트에 옮겨 적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뭘 할까 고민 많이했다. 점심 시간에 매점에서 김밥에 사발면 사먹고...

그러면서 했던 생각이 이젠 직장 생활은 끝이다. 남 밑으로 들어가서 일 안한다. 뭐든 늙어죽을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장한 결심을 하면 꼭 그런 결심을 깨려는 유혹들이 있다. 한 두세차례 일하러 오라고 전화가 왔던 것 같다. 내심 고민도 되었지만 거절했다.
"더 이상 남 밑에서 일 안합니다."
그때 날린 멘트는 멋진 말이었지만, 그 이후로 계속 고생길이다. ㅎㅎ
그래도, 그때 그런 결심을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애는 먹고 있어도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다. 나만의 직업을 찾았기 때문이다. 뭐든 자기 껄 찾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살던 세계와는 단절과 고립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잘되면 다시 다 회복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1호 홈인스펙터가 되었다! ㅎㅎ
힘들 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초중고대학교 모두 16년을 공부해서 한 20년 일했으니 적어도 10년은 공부해야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려울 때 그런 생각을 하면 버틸 힘이 생긴다.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젠 일없는 50대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관련되는 뉴스와 동영상들이 많다. 이미 벌어진 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길을 찾다보면 뭔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고. 그럼 그걸 또 열심히 하면 된다. 단, 그 일이 남 밑으로 들어가 월급받는 일이라면 그건 아마도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하나는 알아두기 바란다. 가족 정도의 관계가 아니라면 나이많은 사람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으니 말이다.
* 홈인스펙터가 뭔지 궁금한 분들은 이달 말에 서울역 인근에서 관련된 특강이 있다. 참석해 보면 뭐라도 도움이 되실 것이다.
https://blog.naver.com/jeffrey001/22365973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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