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데크에 나가 기지개를 펴면 저 남쪽 하늘에 새총처럼 생긴 밝게 빛나는 별들이 보인다. 무슨 별자리인가 하고 찾아보니 안나온다. 새총자리는 아닌 것 같다. 짐작컨데 여러개의 별자리가 모여 있는데 그중 밝은 것들만 잘 보이다보니 그 모양이 나오는 것 같다. 아리조나 사막 같은데 가서 봐야 밤에 별이 빼곡히 들어찬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우리나란 이런 저런 이유로 별들이 그리 많이 보이질 않는다.
별이 보이는 밤이면 날이 춥다. 데크 나무 위에 두텁게 서리가 이미 앉아있다. 구름낀 날하곤 크게 차이가 난다. 구름낀 날엔 데크에 서리가 잘 내려 앉질 않는다. 그냥 생각하기엔 구름 낀 날이 더 습하니까 더 많은 서리가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그 반대이다. 별이 총총한 밤에 더 많은 서리가 내린다.
이유는 당연히 밤하늘이 무척이나 차갑기 때문이다. 대충 영하 273도.
지표면이 가지고 있는 온도를 계속 빼앗긴다. 데크의 나무도 마찬가지이다. 해가 안뜬다면, 그리고 공기층이 없다면 지표면의 온도는 밤하늘의 온도와 같은 수준이 될때까지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구엔 공기층도 있고 해도 주기적으로 뜬다. 좀 차가워질만하면 햇볕이 다시 데워준다. 감사한 일이다.
구름은 단열재의 역할을 한다. 공기층도 마찬가지이다. 달표면의 온도가 낮엔 130도 가량되고, 밤엔 영하 180도 수준이라고 한다. 밤낮의 온도차가 300도가 넘는다. 태양에서 거의 같은 거리에 위치하는 지구가 달과 같은 온도를 갖지 않은 것은 공기층과 구름 같은 것이 단열재의 역할을 해주고, 물이 보온체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밤 하늘로 빼앗기는 열은 주로 복사에 의한 작용이다. 복사는 온도차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이 생긴다. 겨울밤에 신문지 한장만 덮고 있어도 추위를 덜 느끼는 것은 복사는 중간에서 뭐가 되었던간에 가려주기만 하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철엔 거지들이 신문지 한장 덮고 벤치 위에서 잘 수 있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밤하늘로 복사열만 빼앗기지 않으면 얼어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별 볼일 없는 도시사람들은 잘 모를 것 같다. 산속에 살다보면 둔감한 나 같은 사람이라도 자연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것들에 눈을 뜨게 된다. 적어도 이제는 별뜨면 더 춥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집에 적용한다면 지붕 단열이 제대로 안된 집은 춥다. 왜냐면 밤에 가장 많은 열을 빼앗기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집 춥다고 벽체만 열심히 단열하는 사람들은 뭔가 큰 것 하나는 빼놓고 가는 것이다.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살다보면 당연히 알아야만 할 것도 잘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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