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한 분들이 있다. 눈엔 보이지 않는데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얘길 하는 분들도 있다. 보통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는 작은 냄새까지고 맡을 줄 아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없는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민감한 후각을 가진 경우들이 많다. 코는 워낙에 정밀한 측정장치인지라 아무리 비싼 인공적인 기계장치들일지라도 코의 능력엔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가끔은 훌륭한 주택검사인이 되기 위해서 냄새를 잘 맡는 코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아래의 사례를 읽어보곤 생각을 접었다.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다. 민감한 코를 가진다는 것은 굉장히 삶이 피곤해 지는 일이라고 한다.
하와이에 살던 한 여성이 있었다. (이름인 Genevive Bjorn인데 독일계인가 보다. 한국말로 어떻게 읽어야할 질 모르겠다. 제너비브 비에른) 어느 날 갑자기 밥 잘 먹고 쉬다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병원에선 간경화 증상 비슷했는지 급성알콜중독 비슷한 걸로 오해 했다고 한다. 억울하게 알콜중독자로 몰리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원인을 모르는 병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몇달을 이리저리 이것저것 검사하고 탐문하고 한 결과에 의하면 쓰러지기 얼마전에 브라질 아마존 여행을 했는데 그때 나무늘보와 접촉하면서 "급성 E형 간염"에 걸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병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너비브가 병원에 실려간 이후로 이상한 후유증이 하나 생겼다고 한다. 간에 이상이 생기면 후각이 민감해 지는 모양이다. 갑작스럽게 엄청나게 민감한 후각세포를 가진 슈퍼 개코가 되었다고 한다. 친구집에 가면 몇주 전에 치운 개 집이 있던 자리를 지목하고, 어떤 집에 가서는 몇 달전에 사람이 죽었던 곳이란 얘길 하고, 채소와 고기들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바로 지목을 할 정도라고 했다. 심지어는 만나는 사람이 섹스를 했는지 등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것도 뭔가 냄새가 나는가 보다.
코가 민감해지니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이 집안 살림들이었다고 한다. 그전에 잘 쓰던 물건들인데 이젠 화학물질 냄새에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냄새 나는 것들, 그러니까 실내 가구와 인테리어, 집기 등을 거의 전부 버려야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냄새가 안나는 아주 최소한의 것들만 집안에 둘 수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원치도 않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만 했다. 집도 결국은 하와이에서 더 공기가 좋은 본토의 산속으로 옮겨야만 했다고 했다. 하와이도 공기 좋은 곳인데 당시 하와이에선 활화산때문에 냄새가 좀 났던가 보다.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생긴 '슈퍼 개 코'라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회사를 차렸다고 했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있는 것 같다. 뭔가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The Daily Smell 이라는 회사이다. 새로 산 집들을 검사를 해주는 일도 한다고 했다. 뭔가 냄새나는 일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봐주는 모양이다.

너무 민감해도 사는 것이 피곤하다. 적당한 수준이 항상 바람직하다. 혹시 주변에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체질적인 부분이므로 이해하고 넘어가야만 할 일이다.
집안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채는데는 제네비브와 같은 슈퍼 개코는 필요가 없다. 바깥에서 활동하다가 집안에 들어왔는데 뭔가 특이한 냄새가 난다면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이다. 열심히 찾아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못찾겠다면 창문열어 환기를 열심히 하면 된다. 그리고, 실내습도 관리도 잘 하고. 그럼 많은 문제들이 예방된다. 집안에 축축한 곳만 만들지 않으면 대개의 경우 아무 이상이 없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면 주택검사을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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