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스에 나온 브래드 피트의 자선주택 사업 재단 이름이 '똑바로 집 짓자'(Make It right)이다. 이름과는 전혀 반대되는 일을 해 놓았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나름 포렌식 검사법으로 체크를 좀 해봤다. 아쉽게도 인터넷엔 설계 디테일이나 건축재료 등에 대해서 자세히 나오는 부분들이 거의 없다. 오로지 브래드 피트가 허리케인 피해자들에게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멋진 집을 지어 주었다는 식의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보아하니 그게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뉴올리안즈의 허리케인 피해자들에게 지어주는 집이 그 곳 환경에 적합한지, 어떻게 지어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없다. 그냥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집이라는 얘기 밖엔 없다. 그들이 디자인한 세계적인 디자인의 집들이 과연 제대로 지어질까에 대한 얘기가 없다. 핵심적인 실천부분이 빠졌다.


브래드 피트의 자선주택 사업에 21명의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를 했다는 얘기와 함께 나오는 내용이 친환경 주택을 표방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오염 물질이 많다거나 우려가 있는 건축재료들은 또 배제를 시켰다. 지붕에 무조건 태양광을 설치를 해서 에너지도 절약하는 디자인을 추구를 했다. 아주 좋은 얘기들 뿐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집을 잃었던 피해자들에겐 꿈과 같은 상황이다. 할리우드 유명배우가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손 잡고 친환경적인 주택을 저렴하게 지어준다니 말이다.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환호를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형 참사이다. 아마도 근래에 생긴 주택 하자문제중엔 가장 큰 규모의 대형 하자 사례가 될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앞서 얘기한 것들과는 전혀 근본이 다른 엉뚱한 개념을 하나 더 덧붙였기 때문이다. 바로 어포더블 하우스라는 것이다.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가성비 주택' 같은 개념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친환경의 주택을 저렴하게 지어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브래드 피트는 유명 건축가의 멋진 디자인을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인 몽상에 빠져있었는지 모르겠다.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을 현실에서 문제없는 집으로 만들기 위해선 한 마디로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비가 들어가야만 한다. 디자인 하우스, 친환경 하우스 모두 건축비가 많이 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싸구려 명품이란 없는 법이다. 그걸 몰랐던 것 같다.

시공을 지역 건축가에게 맡겼다. 모양만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그려준대로 만들었다. 그 중 한 채를 철거하는 동영상을 보니 집이 너무 허술하다. 빌딩사이언스의 원리같은 것은 아예 들어보지도 못한 것 같고, 기본적인 빗물 관리조차 되기 어려운 식의 건축이 이뤄졌다. 입주 직후부터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생기지 않는 엉터리 시공이 이뤄졌다.
이상과 현실의 심각한 부조화에서 생긴 대형 하자문제이다.
관련 기사 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실험하지 마라. 하고 싶다면 부자들에게 해라."
브래드 피트의 자선 주택이 현지 환경과 맞지 않는 유명 디자인 추구의 문제라는 것이 더 잘 드러나는 것은 당시 그 인근에 지은 재즈뮤지션을 위한 더 저렴한 주택이 아무 이상도 없이 멀쩡히 잘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목조주택 디자인이다. 기초가 높고 경사지붕에 처마가 있는 디자인이다.

하자없는 집 짓기와 관련해서 얘기할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부분들이다. 브래드 피트가 내 강의를 들었다면 이런 사태는 만들지 않았을텐데... 선한 마음으로 한 행동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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