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추운 목욕탕을 만들지 않기 위해 설계단계때 고려할 부분에 대한 글을 하나 썼었다. 거기에 달린 댓글들 중에 특이한 것이 하나 있어서 기억이 난다. 대충 이런 얘기였다. 추우면 그 안에 발열등 하나 달아 놓으면 되지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는냐는 식의 얘기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고도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얼마전에 법원 감정 받을 때는 또 이런 얘기도 나왔다. 겨울철에 결로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으니 샤워 같은 물 많이 쓰는 일을 줄이고 생활하라고 집주인에게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 집을 지은 시공사에서 말이다.
좋게 좋게 보자면 뭐 그런 얘기도 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런 말들은 앞뒤가 바뀐 문제가 있는 얘기들이다. 특히나, 집을 지은 시공사에서 그런 얘길 한다는 것은 더 문제가 있다. 그 얘기들의 바탕엔 집은 대충 지어놨으니 왠만하면 그 수준에 맞춰서 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주택의 품질을 좋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각이나 사람에 맞춰서 집을 짓는다는 생각이 빠져있는 문제가 있는 말이다.
옛날에는 그런 말들이 타당성이 있었을 것이다. 요즘 집과는 달리 주택의 성능이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땐 정말로 집에 맞춰서 생활을 하던 시대였다. 그러니,옛날 집에, 헌집에 살땐 그러고 사면 된다. 하지만, 새집 지을 땐 그런 생각하면 안된다. 최대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 불편함을 만들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 요즘은 다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인데 유독 집만 사람이 맞춰야만 한다면 그건 집을 짓는 업계의 문화나 생각이 뭔가 잘못된 것 이다.
다소 까탈스럽고 힘이 들더라도 욕실에 발열등을 다는 것 보다는 애시당초 춥지 않은 욕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렇게 할 수가 있는 방법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안했다는 것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일이지 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강요를 할 수는 없은 일이다. 주객이 전도가 된 발상이다. 생각의 관점이 고객에게 맞춰져 있지가 않다. 그게 바로 우리 건축업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다 자기 시공자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하긴 예전에 자신이 집을 지어주었으니 감사하게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봤다. 스스로를 무슨 예술가나 자선사업가 정도로 생각하는 과대망상증에 걸려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집은 우리가 생활하기에 쾌적한 집이어야만 한다.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은 집을 짓는데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요즘들어 주택 하자에 대한 분쟁들이 점점 더 늘어간다. 이유는 고객들의 생각은 이미 자신들에게 맞춘 집을 원하는 수준인데, 집을 짓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을 바라보는 수준의 차이가 건축 분쟁을 만들어 낸다.
특히나 요즘은 인테리어와 관련된 분쟁들이 특히나 많다. 지금까지 해온 마감수준이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현장들이 많은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대충 그러려니 하고 맞춰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원하는 수준이 있다. 애시당초 원하는 수준과 맞출수 있는 수준을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면, 나중에 양쪽다 돈 버리고 맘 상하고 하는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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