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태안에 작은 통나무집을 한채 반축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 반축공사는 골조와 벽체, 지붕의 기본 작업만 해주는 공사이다. 나머지는 집주인이 직접 하거나 따로 사람들을 써서 마무리를 한다. 반축공사에서 지붕은 합판위에 방수포를 씌우는 작업까지이다. 그래야만 그후에 비가 와도 작업에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방수포를 씌울때는 나중에 후속작업하기 좋게 가장자리쪽으로는 여유분을 주어서 씌워준다. 방수포 작업후 비가 몇번 더 내렸으나 아무 이상없이 그 밑에서 예정된 목공 작업들을 해주고 우리는 철수를 했다.

우리가 철수한 다음 지붕 슁글 작업 등 남은 공정들은 집 주인이 잘 마무리를 해서 입주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얼마뒤에 큰 비가 내렸다. 그런데, 지붕이 샌다는 연락이 왔다. 사실 연락이라기 보다는 비가 새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그냥 턱하니 올려 놓았다. 새로 지은 통나무에서 물이 줄줄새요. 원래 통나무집은 이렇게 공사를 하는가요... 뭐 이런 제목과 내용이었던 것 같다.
새 집에 비가 새니 집주인도 당황스러웠겠지만, 그걸 보는 나도 참 당황스러웠다. 무슨 이런 일이... 정신차리고 동영상 자세히 보니 물이 흐른 자국이 있는 곳에 돌가루도 섞여 있다. 지붕에서 별다른 장애물이 없이 직접 빗물이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지? 방수포 씌우고 우리가 작업할땐 비가 와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정말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뭐 어쩌랴, 우리 잘못인 것으로 얘기를 하니 현장에 가볼 수 밖에.
현장에 갔던 사람이 보고 전해 온 내용이다. 전말은 이렇다.
우리가 떠난 다음에 지붕 슁글 작업은 그 동네 아는 사람에게 맡겼던 모양이었다. 누수가 되는 부분의 위쪽으로 1층 지붕과 이층 벽체가 만나는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 우리가 방수포를 좀 길게 올라오도록 여유롭게 남겨 놓고 벽에 살짝 붙여 놓았다. 후속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마무리를 하기 좋도록 말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벽과 지붕이 만나는 부분의 방수포가 바탕면에 딱 붙어서 직각을 이루지 않고 둥글게 임시로 붙여져 있는 상황이었다. (아래 그림 참조)

구석 부분까지 슁글 작업을 하려면 저 벽체쪽에 임시로 붙여 놓은 부분을 떼서 방수포를 벽과 지붕면에 딱 붙도록 밀착시켜주고 벽체 위쪽으로 불필요하게 긴 방수포는 일정 폭을 남기고 잘라서 떼어내기만 하면 아무 이상이 없이 마무리가 되는 상황이었다. 플래슁 설치는 애시당초 기대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인지, 어떤 생각에서인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칼로 저 둥근 부분을 쫙 그어서 갈라 붙이고 자기들 슁글작업을 해 버렸다. 그러니 벽과 지붕사이의 연결 부분이 그대로 노출이 된 것이고, 비가 오니 그리로 물이 새어 들어 온 것이다. 슁글 설치하는 사람들은 방수포가 뭔질 잘 모르나???
우리 잘못이라고 확신을 하던 그 집주인은 현장 확인후 슁글 작업한 사람들에게 욕을 퍼붓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노가다들은 어쩔 수가 없다는 등등 한바탕 거친 말들이 나왔던 것 같다. 간 김에 그 부분 방수포 덧방해 주고 왔다고 했다.
잊고 있었던 일화인데, 주말 교육후 비슷한 얘길 들었다. 지붕 슁글 작업하는 사람들이 방수포 뜯었다 붙였다 하면서 구석면에 밀착시키기가 귀찮으니 그냥 칼로 쭉 긋고 작업을 한다는 얘기였다. 그랬었군, 아직도 그러고 다니고 있군. 아마 그때 그 집 작업하는 사람들도 뭔가 사연이 있어서 그랬다기 보다는 그냥 귀찮아서 그랬던 것 같군. 아직도 노가다 짓들을 하고 있군.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해 놓은 일의 결과가 엉터리이면 그 일을 한 사람도 엉터리 취급을 받을 수 밖엔 없다. 힘들게 지붕 작업을 하고도 기술자로 대접을 받느냐 아니면 노가다 취급을 받느냐 하는 것도 그 결과에 달려있다. 잠깐 편하자고 뒷일 생각 안하는 것이 노가다가 가진 기본적인 속성이 아닐까? 남의 일 해주면서 그 사람 생각안하고 자기 일 편한 것만 생각하는 순간 기술자에서 노가다로 추락한다. 하는 일로 존중받고 싶다면 자신이 일한 결과로서 평가 받는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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