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재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기본 요소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자재를 가져다 주더라도 시공이 엉터리면 도로묵이다. 시공이 엉터리인 현장은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량 목조주택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GBA에 올라온 기사가 하나 있어서 소개한다.
한 건축주가 엉터리 시공에 격분해서 GBA의 Q&A에 올린 사진이다. 집시스템(zip system)의 단열판넬을 사용해서 짓는 집이라고 한다. 창틀 아래쪽 부분으로 보인다.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못이 너무 깊게 들어갔다. 또 하나는 전용테이프 시공을 엉터리로 했다. 집시스템의 단열보드나 테이프나 모두 비싼 자재들이다. 비싼 돈들여 엉성한 집되고 있다. 집 테이프는 롤러를 이용해서 테두리 부분이 잘 붙도록 시공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저런 식의 시공이면 비만 오면 물새는 집 되기 십상이다.
테이프 문제는 접어 놓고 여기선 못 박는 것만 집중해 본다. 못은 합판의 표면과 같은 높이로 박혀야만 가장 견디는 힘이 강하다. 저런 식으로 깊이 박아 버리면 합판을 잡아주는 힘이 약해진다. 아래의 표를 보면 1/8인치, 3mm가 더 깊게 박히면 견디는 힘이 17%는 감소한다.
하도 못을 많이 박으니까 뭐 그 정도는 별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풍이나 돌풍 같은 갑작스러운 힘이 가해질땐 그 차이가 눈으로 보일 정도로 드러난다. 1992년에 허리케인 앤드류가 미국 플로리다남부를 강타했을때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뉴스가 하나 있었다. 주변의 비싼 돈들여 지은 집들이 다 피해를 입었는데 이상하게도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자원봉사 활동 프로그램인 '해비타트 포 휴매니티'에서 지어준 집 다섯채만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을 하나님이 도와주신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다른 원인들이 존재를 했다. 주택을 검사한 사람들의 원인분석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중요한 한 가지가 저 집을 지을 땐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 못총 같은 전문적인 건축 장비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손망치를 사용해서 못을 박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못이 깊게 박히는 일이 없이 대부분이 합판표면에 맞춰서 제대로 박혀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못을 제대로 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작은 차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신은 디테일에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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