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검사 장비를 보다보면 좀 특이한 것들이 있다.
바로 요런 것들 말이다.
이건 뭣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공기의 순환량을 측정하는 도구이다.
미국은 우리와는 달리 바닥난방이 아니라 공기로 난방을 하는 구조이다보니 냉난방공조장치(HVAC)가 집집마다 달려있다. 그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가 여부를 저런 식으로 공기를 내보내거나 빨아들이는 디퓨져에 대고 통과하는 공기의 양을 측정을 하는 것이다. 저기에 수치가 제대로 안나오면 덕트 어디선가 새는 것이다. 우리가 주택검사를 할 땐 당연히 안한다. 왜냐면 우리나라의 주택엔 HVAC 장치가 안달려있으니까.
미국은 집을 지을 때 환기에 대한 기본 개념이 집은 온통 물샐틈 없이 기밀시공을 하고 환기는 HVAC 장치를 활용해서 기계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택건축할 때 HVAC 전문가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데, 최근에 그 HVAC 전문가들이 요즘 코가 석자나 빠져있다고 한다. 왜냐면 얼마전에 조사를 좀 해 봤더니 집에 설치된 HVAC 시스템을 사람들이 제대로 활용을 안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게 있는줄도 잘 모르는 사람부터 어떻게 쓰는지를 잘 모르는 사람, 아예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생각보다 꽤나 높았던 모양이다.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환기하면서 생활을 했냐면 그냥 창문을 열어서...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사는데 불편함을 호소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고 아주 아무 불편없이 잘들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환기 문제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거론되는 것이 에너지효율, 난방, 단열 등의 문제이다. 창문 여는 순간 모든 것이 계산과는 달리 돌아간다. 아무리 좋은 패시브, 액티브 하우스라고 하더라도 창문 여는 순간 그냥 일반 주택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컨트롤이 안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주택검사를 할 때 실내 공기의 질에 대한 검사는 하질 않는다.
이유는 실내 공기의 질을 재 봤자 창문 열면 그냥 다 희석되니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돈정화장치나 실내공기 정화 장치를 파는 사람들이 이런 사기성 행위들을 한다. 처음엔 창문 다 닫아 놓고 측정해서 높은 수치를 보여 준 다음에 자기들이 파는 장치를 가동시킬땐 슬쩍 안보이는 곳의 창문을 열어둔다고 한다. 그럼 각종 오염물질들의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엄청나게 좋은 장치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그 효과는 창문 열어서 환기를 시켰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사람들이 예쁜 것을 좋아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본능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집을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선 좀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첨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복잡한 것들을 달아 놓지만 조작이 불편하면 점점 안쓰게 된다. 첨단을 달리는 사람들마저 그런 정도라면 일반 사람들은 그냥 자기 살던 대로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들만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대충 살아도 꽤 괜찮은 그런 집을 짓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포더블(affordable) 하우스라는 것이 꼭 짓는 가격, 건축비만 가지고 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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