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건축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집의 주인도 발끈한 주택하자문제, 누수

집에 대한 생각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9. 14. 06:04

본문

철로 만든 거대한 유리창들 같은 스페인의 특이한 집을 보다가 생각해 보니 난방기구 같은 것이 안보인다. 집이 온통 쇠로 되어 있어서 겨울철 같은 경우엔 추울텐데 거실에 있는 난로 하나가 전부이다. 여름철에도 더울 것 같고.. 집이 뭐 온통 철판에 양쪽으로 뻥 뚫려 있으니 냉난방은 포기한 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스페인의 날씨에서도 사철 상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주말 별장 정도로 생각된다.

 

건축사에 길이 남는 주택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런 집을 지은 건축가들 보다는 오히려 건축주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집어넣어 대며 한없이 길어지는 공사기간과 퍼부어대는 건축비용들을 감당해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건축가의 뒤엔 위대한 건축주가 있다.

위대한 건축주가 되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건축하는 선배에게 들은 일화가 하나있다. 10여년전에 나름 좀 재산이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잘 아는 유학파 건축가에게 건축을 의뢰하면서 작품 하나 만들어 보라고 했단다. 건축가에겐 행운의 여신이 나타난 것이다. 건축가들에게 최고의 행운은 남의 돈으로 자신의 이름을 길이 길이 남길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작품을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사 끝날때쯤엔 건축주의 주머니가 거의 텅비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돈이 없어 마무리를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보다 더 기막힌 얘기는 입주하고 보니 생활하기에 아주 불편했던 모양이다. 구조가 일반적인 주택의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만이 많기에 선배가 그럴줄 몰랐냐고 하니 그 양반이 하는 얘기가 그럴줄 몰랐다고 했다고 한다. 그저 자기는 건물의 기막힌 외양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좀 안됐다. 돈은 돈대로 쓰고, 생활은 불편하고, 건축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르코르뷔지에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했던 사보아 가문은 그런 면에선 확실히 성공을 했다. 집 한채 지어서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기는데 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빌라 사보아이다. 르 코르브지에가 근대 건축의 5대 요소를 구현했다는 그 주택, 전세계 건축가, 건축전공 학생들이 순례하는 성지이다.

 

사보아 집안도 대단한 집안이었던 것 같다. 르 코르브지에의 건축실험에 끝까지 동참을 해 낸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빌라 사보아의 경우도 만들어서 보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막상 들어가서 살려고 하니 속 좋은 사보아 집안의 사모님도 성질 꽤나 났던 것 같다. 르 코르뷔지에의 반대로 가구도 맘대로 갖다 놓지도 못하는 정도는 참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비가 오면 물이 새고 난방이 잘 안되어서 춥고 하는 문제는 꽤나 심각했던 모양이다. 아들이 폐렴에 걸려 요양원으로 갈 정도 였으니 말이다. 건축가들은 그 당시의 건축재료와 방수기술, 난방도구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명을 한다. 첨단의 실험정신에 충만한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보아 집안은 다시 파리로 이사를 간다. 이 건물은 별장 정도로 쓰고 말이다. 아무리 역사적인 건물이라고 해도 누수가 되고 난방이 잘 안되는 집에선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이다. 작품과 주거용 집의 사이엔 건너기 힘든 경계선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주택하자 중에서 물과 난방관련 문제는 세계적인 건축 작품도 버리고 떠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