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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나 통나무집 짓는데 사용되는 소나무, 더글라스퍼 나무 이야기

집에 대한 생각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8. 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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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옥이나 통나무집을 짓기 위해 사용되는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실소를 금치 못하는 내용들이 있다. 뭐랄까 실제 나무의 성질이나 특징등에 대해선 잘 모르면서 그저 국내산은 좋은 것, 해외산은 나쁜 것 하는 식의 과도한 국수주의적인 잣대가 나무에 대해서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뭔가 안좋다는 느낌이 드는 것만 있으면 무조건 싼 수입산 나무를 써서 그렇다는 식의 얘기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통나무를 쓰거나 두꺼운 중목으로 집을 짓다보면 건조되면서 부피가 줄어들다보니 나무가 갈라 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걸 이렇게 얘길한다. "국내산 소나무를 쓰지 않고 싼 수입산 더글라스퍼를 써서 그렇다."

더글라스퍼가 들으면 신경질 낼 이야기이다. 미국에선 더글라스퍼가 소나무보다 더 비싼 나무이기 때문이다. 건축재로써 재질도 더 좋다고 평가된다. 그래서 최근 일부 목조주택 빌더들 중엔 구조재로 SPF가 아닌 더글라스퍼를 사용한다는 것을 자랑하는 경우들까지도 있다. SPF에서 P가 파인, Pine 즉 소나무류를 가르키는 말이다.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변에서 보는 것은 모두 대부분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소나무도 그런 과분한 대접을 받는 식물중의 하나이다. 한국 소나무 하면서 뭔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 듯이 취급을 해 버린다. 하지만 소나무는 우리와 위도대가 같은 전세계 곳곳에서 다 잘자라고 있는 나무이다. 아래의 소나무류의 서식지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에서도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소나무 예찬론을 듣다보면 궁궐 건축에도 쓰이는 훌륭한 나무이고.. 등등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소나무가 궁궐 건축에 쓰인 것은 그 나무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쓸 나무가 소나무 밖엔 없었기 때문이다. 목재관련된 연구들을 보면 소나무가 널리 쓰이기 이전엔 다른 나무들이 궁궐이나 커다란 사찰의 건축에 쓰였다. 느티나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국에 재목으로 쓸만한 느티나무가 다 사라진 다음에나 쓰인 것인 소나무이다. 그러니, 궁궐 건축에 쓰였다고 좋은 나무라는 등식은 성립이 되질 않는다.

그나마 요즘은 소나무를 좀 쓰고 싶어도 쓸만한 나무는 가격이 비싸고, 또 소나무 재선충때문에 지역간 이동도 잘 안된다. 소나무만 고집하다간 한옥집도 못짓는다. 소나무의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 북미산 더글라스퍼이다. 이 나무는 소나무에 비해서 많이 싸다. 재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수입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나무에 대한 애정처럼 미국사람들은 더글라스퍼에 대한 애정이 있다. 더글라스퍼와 함께 성장해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과 같은 거대한 크기의 더글라스퍼들이 수없이 잘려서 목재로 만들어지고 그 목재로 도시들이 지어졌던 것이다.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 목재는 더글라스퍼 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워낙에 많이 잘라내다 보니 미국에도 이젠 저런 나무들은 보호림 안에나 있다.

우리 소나무중에 쓸만한 것들이 국립공원 안에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국내에서 주택건축에 사용되는 더글라스퍼들은 사실 좀 작은 나무들이다. 주택건축용으로 별도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목재회사들이 판자나 각재를 만들기 위해 한배 가득 수입하는 것들 중에서 집 짓기에 적당한 크기와 곧기를 가진 것들을 따라 골라 놓은 것들이다. 보통 밑둥기준으로 직경이 40~50센티 정도 되는 것들을 주로 사용을 한다. 13미터짜리 한개 가격이 운송비등 이것저것 합치면 한 40여만원 정도 한다. 좋은 나무를 굉장히 싸게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더글라스퍼가 없었다면 한옥집 짓는 숫자도 팍 줄어들었을 것이다.

더글라스퍼는 소나무에 비해 많이 곧은 편이고, 곧기때문에 소나무보단 조금 더 갈라짐이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갈라지는 부분들은 벽체를 만들면서 그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실내쪽에서는 갈라짐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게 된다.

그리고, 갈라지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더글라스퍼는 수입산 싼 나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질이 나쁜 나무가 아니다. 오히려 건축재료로서는 소나무보다 더 좋은 나무이다. 가성비가 훌륭한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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