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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방안에서 보이는 눈이 부시도록 환한 창밖 풍경, 희망에 형태가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집에 대한 생각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7. 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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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요시후미의 "내 마음의 건축"을 읽다보니

토요타마 감옥의 독방 막사 얘기가 나온다. 감옥이라고 꼭 다 칙칙하게만 지어지는 것 만은 아닌가 보다. 온통 벽돌로 지어진 토요타마 감옥에서 유명한 건물이 십자 모양으로 생긴 독방건물이라고 한다. 그 건물을 방문을 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을 한다.

'건물 내부에 발을 딛자 마자 극적인 공간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견학하는 사람들 머리 위로 자연광이 샤워처럼 쏟아져, 그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선 채 이구동성으로 작은 탄성의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토요타마 교도소의 독방건물 복도 풍견
토요타마 감옥 독방 건물의 복도 풍경

 

아마도 칙칙한 벽돌 외관에서 상상했던 어둡고 음침한 내부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반전에 한방 먹은 것 같다. 봄날 길다란 천창에서 들어오는 따뜻하고 밝은 빛에 하얗게 칠해진 복도 벽이 함께 반사되어 빛을 내며 감옥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온화하고 밝은 분위기가 연출이 되었던 것 것이다.

나도 창과 햇빛에 비친 풍경이 던져 주었던 강한 이미지가 하나 떠올랐다.

사람은 힘들고 고통 스러울 때면 일상적이었던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게 된다. 우리가 늘상 접하는 풍경이 그렇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내가 무척이나 두렵고 암울하던 부자연스러운 환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집 떠나 따블백 메고 군대갔을때 잠시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천정에 형광등이 두어개 켜져 있어도 어두침침한 시멘트 블럭 막사 안이었다. 가운데 복도 양쪽으로 길게 만들어진 딱딱하기만 한 내무반 침상에 경직된 자세로 동기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마음 속은 온통 불안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제 시작했을 뿐인데 이렇게나 답답하게도 시간이 안가는데 그 긴 세월이 어떻게 버텨낼까 하는 앞이 안보이는 암담함에 앞으로의 군생활이 막막하기만 한 그런 순간이었다. 숨막히는 긴장만 흐르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때 건너편에 앉아 있는 불안으로 굳어진 얼굴의 동기들 뒤쪽의 침상 관물대 위에 작은 창이 하나 나 있었다. 그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도 평화로워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저 막사옆의 나무와 풀들만 햇볕에 환하게 빛나는 풍경이었다. 나무와 풀들은 어찌나 생기가 넘치고 생생한지, 햇살은 왜 그리도 따뜻해 보이는지, 창으로 슬쩍 불어 들어오는 바람은 어떻게 그렇게 신선한지 창문 밖의 세상으로 그냥 몸을 풍덩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어두침침한 실내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그런 세상이 거기에 있었다.

계곡 풍경이 바라보이는 창문
아마 이것보다도 훨씬 작은 창이었던 것 같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저 곳으로 가고 싶다. 갈수 있을까? 언젠간 갈수 있을 거야. 좀만 참고 다시 저 세상으로 돌아가야지. 꼭 돌아가야지.

아마도 희망이라는 것이 형태가 있다면 바로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내가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에는 그때 그 순간의 느낌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언젠간 다시 그 평화로운 세상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가졌으니 말이다. 남자가 군대에 갔다오면 사람이 된다는 말은 단순하게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니다. 길이 잘 보이질 않는 어둡고 암울한 시기속에서도 스스로 그와 같은 희망적인 생각들을 하기 시작한 시기를 거치기 때문이다. 삶에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창의 가치는 뜻하지 않는 곳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창이 빛나기 위해서는 반대되는 어둑한 면도 좀 있어야 한다. 대조효과이다. 그 이후로 난 작은 창을 좋아한다. 안은 좀 어두워도 밖은 환한 세상의 모습이 보이는 그런 창들 말이다. 작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과 그 속에 떠다니는 먼지들을 살펴볼 수 있는 그런 창 말이다. 화광동진. 지금의 내 통나무 오두막의 창들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은 통나무집이 가진 특징도 있지만 작은 창을 좋아하는 성향도 반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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