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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빌더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움직인다는데 우리는 꺼꾸로인듯

집에 대한 생각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7. 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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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목조주택과 관련된 글들을 읽다보면

업계가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거론도 안되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얘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새로운 지식의 증가는 그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나무와 관련되는 문제는 언듯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어느 한 면만 보고서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기가 힘들다. 

지금은 그런 분들 많이 줄어 들었지만

예전에 한옥이나 통나무집 지으면 나무가 수축하고 갈라지는 문제에 대해서 이런 얘길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갈라짐이 없이 제대로 지으려면 한 3년은 건조시켜야 한다는 식의 얘기 말이다. 어떤 사람은 뻘속에 묻어서 보관을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다 통나무 가지고 집을 짓는 일을 해보지도 못한 호사가들의 얘기일뿐이다. 모르겠다. 가구 정도나 만들 약간의 나무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집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그 많은 양의 나무를 그런 식으로 보관을 한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이다. 통나무는 껍질을 벗겨 놓지 않으면 3년이 지나도 잘 건조가 안된다. 게다가 벌레들이 잔뜩 파먹어 구멍 투성이의 나무가 되기 십상이다. 껍질을 벗겨 놓으면 그때부턴 건조되면서 갈라지기 시작한다. 나중에 갈라짐이 덜한 나무를 선별해서 사용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려면 엄청 많은 양의 나무를 건조시켜놓아야만 한다.

벌레가 파먹어 구멍이 뚫린 나무
벌레가 파 먹어 구멍이 뚫린 나무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다. 나무는 건조될수록 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공이 잘 안된다. 체인쏘 들이대면 연기가 폴폴날 정도이다. 또 장부를 파서 연결하는 구조의 경우엔 건조되면서 서로 꽉 맞물리며 잡아주는, 즉 나무의 수축현상을 이용하여 구조를 더 단단하게 하고 안정화 시키는 효과가 필요하다. 나무의 수축작용이 가공상의 오차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건조된 나무보다는 함수율이 어느 정도는 있는 나무를 써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캐나다에서 팀버프레임 짓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미국엔 NAHB라는 단체가 있다.

전국빌더연합회 같은 곳이다. 그곳 회장이 2016년에 미국 공정거래 위원회(US ITC)에 불려나갔다. 그 당시에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서 구조재의 무역관련 분쟁이 있었던 것 같다.

(가운데가 NAHB회장인 Barry Rutenberg)

핵심사항은 이 문제였다. 미국에서도 집을 지을 때 전통적으로 많이 쓰이던 SYP(서던옐로우파인)라는 목재보다 캐나다에서 수입된 SPF(스프러스-파인-퍼)가 더 많이 사용되는 추세인데, 그 이유가 캐나다가 가격을 덤핑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것 같다. US ITC의 입장에서 보면 SYP가 훨씬 더 강한 나무인데 그것보다 재질이 약한 SPF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가격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SYP 번들 사진
(SYP는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SPF에 비해 좀더 노란색이 짙다.)

 

하지만, 그때 미국 빌더연합회장의 증언 내용은 다른 부분을 지목했다.

미국에서 빌더들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서 나무들을 선택하는데, 많은 빌더들이 SPF를 선호하는 것은 그 나무가 가공이 쉽고, 마감 품질이 더 좋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서던옐로우파인은 나무가 재질은 더 좋을지는 모르지만 더 잘 구부러지고 뒤틀리고 못을 박으면 잘 쪼개지고 하는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에 비해 SPF는 휨없고 면이 잘 나오는 반듯한 벽체를 만들기가 더 좋기 때문에 석고보드 작업 등이 더 깔끔하게 된다는 얘기였다. 가격 논란에 대해선 빌더는 가격으로 움직이지 않고 품질로 움직인다는 멋진 말도 남겼다고 한다.

목조주택에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는 다양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나무들이 가지는 성질들에 대해서도 연구가 되어 있고, 주의사항들은 IRC 규정과 같은 곳들에 반영이 되어있다. 예컨데 못을 하나 박아도 나무 재질에 따른 힘의 차이 같은 것이 다 연구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차이에 따라 못의 크기나 갯수가 보정이 된다. 예컨데 아래 그림처럼 못을 박았을때 못의 크기와 종류, 구조재의 종류에 따른 수치 테이블들이 다 제공된다. 걔중에서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표 왼쪽에 나무 수종이 구분되어 있다.

 
 

집을 지을 때 어떤 나무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 기준으로는 부적당하다. 그것보단 차라리 얼마나 더 꼼꼼하게 시공을 잘 하였는가 하는 부분이 집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준에는 부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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