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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생각하다. 힘들때 작고 단순한 집에 끌리는 이유

집에 대한 생각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7. 1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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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이니 나도 책 몇권 들고 다시 통나무 오두막 칩거에 들어간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책들은 한번에 몰아서 보는 것이 좋다. 이번 대상은 일본의 건축가이자 작가인 나카무라 요시후미이다. 국내엔 집을 순례하다라는 책 등 여러권의 책들이 번역되어 나와 있는 나름 건축관련된 출판계에선 알아주는 인물이다. 이 양반 글의 특징은 감정선이 살아있는 감각적인 느낌을 준다. 많은 건축가들이 이성이 앞선 딱딱한 글에 머무른다면 이 사람은 감정적인 부분이 강하다.

그의 책 "집을 생각하다"의 서문에 보면 '키다리 아저씨'에 나오는 글이 나온다. 독특하다. 어느 건축가가 아동용 소설의 주인공인 여자아이의 집에 대한 생각따위에 주목을 할 생각이나 해냈을까? 그만큼 섬세하다.

나는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보다는 함께 나오는

단바씨의 집 이야기에 더 끌린다. 6장 다다미 방을 가진 아주 작은 집이다. 다다미 6장이면 세 평이다. 그럼 전체 크기를 계산해 보면 작업장 1평, 현관 0.5평, 붙박이장 0.5평, 부엌 0.5평, 그래서 총 5평반 정도 된다. 농막 크기이다. 작은 집이니 당연히 화장실과 욕실 등은 외부에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요즘 주거 기준으로 보면 아주 단촐하기 짝이 없고, 불편하기만 해 보이는 단바씨의 집이 왜 이상하게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은 무슨 일 때문일까?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아마도 거기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남자들에게 군생활은 알게 모르게 강한 영향을 끼친다. 그때 이야기이다.

 

5월쯤 되었을 것이다. 한참 빡세게 일주일간의 유격훈련을 끝내고 마지막 코스인 행군에 나선 것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산길을 터벅터벅 힘겹게 지친 몸을 끌고 이동을 하고 있을 때 였다. 봄날 초록으로 물든 풍경에 햇살은 얼마나 눈이 부신지 피곤에 쩔어 걷고 있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풍경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때 작은 산모퉁이을 돌아서니 눈 앞에 올망졸망 작은 시골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하나 있었다. 작은 돌담들과 그 사이 좁은 수로로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고 저런 곳에서 그냥 단순하게 살았으면.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강렬한 느낌이었다. 마치 천국이란 곳이 있으면 저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의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그때의 그 느낌과 생각이 지금의 내 산속 오두막 생활의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일에 지치고 힘이 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본능적인 성향이다. 심리학에선 "도피"반응이라고 부른다. 떠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부분은 모든 것을 버린다는 부분이다. 즉,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것을 보면 우리는 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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