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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가진 유도리와 유도리 총량 불변의 법칙

집에 대한 생각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7. 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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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리라는 말은 일본 말인데 여유, 융통성 같은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뭐 평상시 많이들 사용을 해서 그 뜻은 다들 알고는 있을 것이다. 굳이 좋은 한국말 두고 유도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뭐랄까 어릴적부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써온 친근함 같은 것이 있다고나 할까, 아님 융통성이라는 말이 주지 못하는 약간 좀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한글 고집하시는 분들이 보기엔 좀 눈꼬리가 올라갈 일이긴 하나 나로선 이 단어가 좀 더 유도리가 있어서 좋다.

"사람이 좀 유도리가 있어야지."라는 말은 자주 듣는 말이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집도 유도리가 있어야만 한다. 집에 있어서 유도리는 모든 연결 부위들에 조금씩 만들어져 있는 틈새 들이다. 예컨데 가장 흔하게 접하는 거실 마루와 벽체가 이어지는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틈새들이 있게 된다.

원목마루 시공시 벽체부분 디테일
원목마루의 틈새를 걸레받이가 가려준다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원목마루가 벽에 딱 안 붙고 좀 떨어져 있는 것이 불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틈새를 두지 않으면 수축팽창하는 나무의 성질 때문에 마루가 들리는 일이 생겨난다. 저런 틈새가 바로 집이 가지고 있는 유도리이다. 그런 틈새들은 걸레받이와 같은 몰딩들이 예쁘게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주부는 걸레질 할때 걸레받이가 걸리적 거린다고 없애겠다는 얘기도 하시던데

걸레받이의 역할은 원래 틈새도 가려주면서 걸레가 그곳에 닿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걸레받이가 자꾸 걸레에 닿아서 지저분해지면 걸레받이만 갈면 된다. 만일 걸레받이가 없다면 지저분해진 벽체의 아랫 부분 때문에 벽 전체를 갈아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가 있다. 걸레받이는 그러니까 벽이 가진 관리의 유도리가 되는 것이다.

창과 문 설치할 때 설치할 구멍의 크기가 창과 문과 똑같다면 설치하기가 쉽지않다.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완벽할리가 없다. 그래서 설치할 구멍은 원래 조금 크게 만든다. 그리고 창과 문을 설치하고 그 틈새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메꿔준다.

 
문틈을 폼으로 메꾸고 있다.

폼으로 메꿔진 틈새를 그냥 놔 둘 수가 없다. 보기 좋게 가려 줘야만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문선 몰딩이다. 보기 싫은 것을 가려주면서 장식적인 효과도 함께 발휘 하도록 하는 것이다.

 

집엔 그런 유도리들이 필요한 곳들이 무척이나 많다.

또 그런 유도리들이 발휘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곳들도 많다. 요즘 너무 깔끔한 것 좋아하는 분들 중에 걸레받이도 없애고, 천정 몰딩도 없애고 하시고 싶어하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집이 가진 유도리, 그런 여유를 없애버리면 몰딩으로 가려서 눈에 띄지 않던 별 문제가 없던 일들도 큰 일로 보이게 만들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집이 유도리가 없으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마음에 유도리가 생겨야만 한다. 내가 만든 유도리 총량 불변의 법칙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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