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코 외벽을 지저분하게 오염시키는 곰팡이와 물자국은 하자인가?

산 속에 박혀서 번잡한 도시쪽으로 나들이하기 싫어하는 편이지만

명절을 앞두고 선배가 밥 한번 같이 먹자는데 안 갈 수도 없고 해서 간만에 분당옆 수지쪽에 나갔다 왔다. 점심 먹으러 왕복 500리를 다녀왔다. 끝내주는 세상이다. 옛날 조상님들이 이런 얘길 들으면 허풍선이 취급을 할 것 같다.

 

고기리쪽에 식당도 많고 카페도 많고 주차장도 넓고 해서 가기 괜찮은 곳들이 여럿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식당이나 카페엔 남자라곤 몇 명 안 보인다. 아주머니들 천국이다. 산골 촌아저씨에겐 신기한 모습이었다. 

 

커피 마시러 들어간 산 속의 한 커다란 카페, 철콘 건물인가 했더니 아닌 것 같다. 철골조에 외벽 마감은 스타코로 했다. 그런데 스타코 외벽이 군데군데에 푸른 물감이 흘러내린 것 같은 곳들이 있다. 스타코 외벽 집 주인들의 눈을 성가시게 만드는 이끼와 같은 미생물들이다. 푸른 색이면 이끼류, 검은 색이면 곰팡이류이다.

 

 

작년 가을인가 초겨울쯤에 집 짓는 중이라면서

한밤중에 전화주셨던 분이 생각났다. 놀래서 그랬겠지만 나이드신 분들중엔 전화 시간을 신경 안쓰는 분들도 있다. 밤에 현장에 가보니 스타코 외벽 한쪽벽에 잔뜩 물이 맺혀 있다고 하자가 아닌가 걱정되서 전화하셨다고 했었다. 결로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 드렸다. 왜 한쪽 벽에만 그게 생기느냐는 질문에 그쪽만 그게 생길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들어보니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부딪치는 부분이 그쪽이었기 때문이다.

 

초봄이나 늦가을쯤에 한밤중이나 새벽 무렵에

스타코 외벽들을 살펴본적이 있는지? 나는 있다. 한밤중에 남들 다 잘때 전원주택 단지 벽체는 다 살펴보고 다닌 적이 여러번 있다. 도둑으로 오해 받을까봐 걱정도 좀 되었는데 주택연구를 하려고 하다보니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봤다. 날이 좀 습하면 스타코 표면 위에 결로가 방울방울 맺힌다. 신기한 것은 목조주택의 경우 스터드가 있는 부분엔 안맺히고 단열재가 있는 부분에만 결로가 맺힌다. 나무가 단열재보다 실내쪽 열을 더 많이 외부로 배출하는 열교현상 때문에 생긴 일이다. 위 사진을 보면 가운데 밝은 부분을 경계로 위 아래가 색이 짙은 것을 볼 수가 있다. 그 부분들이 더 차가운 부분이고 결로가 생겨났다는 얘기이다.

 

습기가 많은 부분은 습기가 적은 부분에 비해

더 많은 먼지가 달라 붙는다. 학창시절 콘크리트 교실바닥을 물걸레질 열심히 하면서 터득한 자연의 법칙이다. 먼지 중엔 곰팡이나 이끼류의 포자도 있고, 그것들의 먹이가 될 유기물질들도 있다. 햇볕이 잘들고 건조한 남쪽보다는 볕을 덜 받고 습한 북쪽 벽이 미생물들에겐 생존 조건이 좋다. 스타코 벽체에 이끼나 곰팡이의 징조가 보인다면 그런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저걸 하자로 보기는 힘들것 같다. 

아마도 한 회사의 한 제품만 다른 것에 비해 유독 심하게 오염증상을 나타나는 일이 없다면 말이다. 이끼나 곰팡이류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제 같은 것을 첨가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효과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벽체 주변 토양 오염의 위험성도 있다고 하고...

 

벽에 오염증상이 나타났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 뿐이다. 청소를 하면 된다. 미지근한 물에 산소계 표백제가 들은 세제를 타서 솔로 박박 문질러 주면 된다고 한다. 주의할 것은 표백제가 산소계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염소계 표백제는 곰팡이가 자랄 수 있는 먹이가 되는 유기물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금방 또 다시 생겨난다고 한다. 곰팡이 청소엔 산소계 표백제를 쓴다. 기본 암기사항이다.

 

집은 관리를 해야만 하는 대상물이다. 자동차만 주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밥 먹으러 가도 그런 것만 우선 눈에 들어온다. 직업병이다. 혹시 나중에 남의 집 초대 받아 가서도 주택 하자만 찾다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