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보면서 한숨만 푹푹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었으랴. 그저 깊은 한숨만 내쉬면서 저 멀리감치 도망가서 외면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심성이 좋은 양반인지라 자신이 지어놓은 집에 생긴 문제 앞에서 그리 외면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주택 검사를 하는 내내 옆에 따라다니면서 이런 저런 질문에 대해서 꼬박꼬박 잘 답해 주면서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에 대한 의견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수리가 필요한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얘기에 대해서도 저항없이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될 것이라고 수긍을 한다. 겉으론 웃으면서 얘길하고 있었어도 아마도 그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을 것이다. 큰 손해가 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참 비교가 된다. 지난 번에 같은 지역에 있던 한 업체는 누가 봐도 뻔한 잘못임에도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버티며 입주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같은 일을 해도 도덕성에 큰 차이가 난다.
경력이 오래 된 목수라고 했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해 왔으면 전문가 소리를 듣는 세상이다. 그 배 이상을 집만 지어온 사람이다. 큰 단지를 만드는 사업에서 몇 채의 집을 짓는 일을 맡았을 정도이면 나름 지명도도 있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 났을까?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보니 실마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몇몇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른다. 어라! 목수경력이 20년이 넘는 사람이 왜 그런 것을 모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더구나 기가 막힌 대답은 그 주변의 빌더들 한테도 그런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시공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 동네에 지어진 주택들, 골치아픈 집들 많이 생겨나고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해외 이민간 사람들, 나이들어 만나보면 국내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한국을 떠나는 시기, 딱 그 순간에 멈춰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국내 상황 변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바로 그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때인지는 모르겠다. 그 양반이 처음으로 집짓기를 배운 시기인지, 아니면 이 동네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인지 어느 순간이후부턴 새로운 지식의 업데이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새뮤얼 아브스만이라는 사람이 얘기한 지식의 반감기라는 말이 있다.
어떤 지식들의 효용성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차 줄어들어 간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은 그게 전부인듯한 지식과 정보들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새로운 것들로 계속 업데이트를 해 나가지 않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오류가 생기는 정보들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데 예전엔 건강을 위해 피우라던 담배가 지금은 건강의 적으로 여겨지는 식으로 새로운 발견들에 의해 정보의 가치 판단과 효용성 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 그런 지식의 반감기 상태에 들어가 있는 빌더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그 동네에 있는 빌더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경력이 오래된 빌더들의 상당수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못한 상태의 옛날 지식을 가지고 여전히 집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전국에 집 짓기를 가르치는 곳들 대부분이 초보적인 매뉴얼 수준의 기술 교육에만 치중을 하고 있으니 나이든 빌더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기 전엔 자신이 가진 지식을 업데이트할 기회 자체가 제공되고 있지를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빌더들에 대한 업그레이드 교육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있으니 암담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정부 정책 때문에 앞으로의 집들은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점점 더 단열성과 기밀성이 놓아지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집들은 빌더들의 실수에도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내성이 있는 집이었다면 앞으로의 집들은 작은 실수에도 바로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는 민감한 집들로 변해가는 것이다. 지식의 반감기에 들어간 경험많은 빌더들의 재교육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험많은 빌더의 한숨소리를 듣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 교육을 받지 못한 빌더들의 한숨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갈 것같기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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