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일을 하다보면
잘 안다는 사람도 소소한 부분에선 가끔 헷갈리는 일들이 있다. 또 늘상 똑같은 방식으로 해오던 일들도 이게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고... 뭔가 의문이 들었을 땐 좀 더 깊이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런 의문이 든 이유가 있을터이니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사람이 가진 신기한 능력중 하나이다.
목조주택 지을 때 그라스울, 즉 유리섬유단열재를 많이 사용한다. 꼭 목조뿐만 아니라 스터드 사이의 빈틈을 채우는 형식의 단열재가 필요할 땐 주로 사용된다. 이불 솜 같은 형식이라 빈 공간들 채우기엔 그만인 단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유리섬유 단열재를 집어넣다 보면 한가지 의문에 부딪친다.
단열재 한쪽에 붙어있는 기름종이,크래프트지라고 부른다,는 어디에 고정을 시켜야만 하나? 초등학생을 데려다가 일을 시켜도 똑같은 질문이 나올 것이다. 왜냐면 그 종이가 양쪽으로 단열재보다 좀더 길고 또 접혀 있어서 어딘가엔 부착을 해야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눈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스터드의 측면에 고정시키는 방법, 다른 하나는 스터드의 윗면에 고정을 시키는 방법. 두 방식 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시공사진들이 많아서 어느쪽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과연 그런가?
세상은 완벽하지가 않다고들 얘길한다. 그 말이 옳은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단열재 종이 붙이는 위치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해선 맞아 떨어지는 얘기인 것 같다. 원래 저런 것쯤이야 단순한 일인지라 통일된 의견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못하다. 특히나 관련되는 가이드라인까지도 의견이 나뉜다. 미국 사람들인들 헛점이 없을리가 없다.
미국의 석고보드협회라는데가 있다.
뭐든 협회 하나 없으면 안되는 세상이다. 그 협회에선 모든 관점이 석고보드의 설치에 문제가 없어야만 된다. 그래서, 단열재는 당연히 위의 첫번째 사진처럼 스터드 옆면에 고정을 하라고 권장한다. 스터드를 기름 종이가 덮고 있으면 면이 제대로 안나올 수도 있고, 또 중간에 낀 종이와 타카핀들 때문에 고정 못이 제대로 밀착하여 고정되지 못해 나중에 튀어나오는 결함이 생길수도 있다고 말한다. 석고보드를 시공하는 사람들다운 생각이고 의견이다.
반면, 그 협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이를 스터드 위쪽에 펼쳐서 고정을 시키라고 얘기한다. 여긴 더 이유가 많다. 일단 스터드 옆에 고정시키면 생길 수 있는 빈 공간이 화재시 불길의 통로가 될 수 있으며, 단열성도 쪼금 떨어 뜨리는 문제도 있고, 방음에도 더 약하며, 수증기 차단막으로서의 기능을 저하 시킬 수 있으며.... 등등. 이것 저것 참 증명하기 어려운 소소한 이유들이 많긴 한데 일단 화재의 안전성을 걸고 넘어갔기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석고보드 협회쪽만 왕따 된 듯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석고보드 시공하는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선 발언권이 세다. 왜냐면 종이로 스터드를 덮는 식으로 시공을 해 놓은 곳엔 석고보드 시공을 못한다는 식의 일종의 거부권 행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발생을 하고 있는 문제이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이리하든 저리하든 뭐 그리 큰 차이가 있겠느냐만 세상 편하게 살기 위해선 대세를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게 내 생각이다. 남들이 예쓰라고 말할때 노를 외치는 사람들은 반대로 가도 될 것같다. 그다지 큰 문제될 소지가 있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현장에서 일할땐
그 현장의 팀장 취향에 따라서 달리 설치를 했다. 스터드를 덮어서 설치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왜 스터드 옆에다 종이를 박아야만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시범까지 보여주고 가는데, 그 친절함과 솔선수범의 정성을 감안하면 그깟 종이 박는 위치가 어디가 좀 더 좋고 나쁘고가 뭐 그리 중요한 일이랴. 설치만 빈틈없이 꼼꼼히 하면서 팀장 좋아하는 곳에 콱콱 박아주면 되지... 그리고, 우리 팀장님 최고, 엄지 척! 건축현장도 고용이 불안정한 곳이다. ^^;
'주택건축및유지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주택 지붕 개량, 리모델링할 때 주의사항, 습기처리 신경쓰실 것 (0) | 2022.06.18 |
---|---|
집 짓다가 비에 쫄딱 젖어버리면... 비 맞은 목조주택 골조의 문제점 (0) | 2022.06.16 |
기초 주변 흙메꿈 작업 백필(back-fill), 물웅덩이 만들지 않고 제대로 시공하는 방법 (0) | 2022.06.07 |
미국 목조주택과 우리 목조주택 시공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래슁(flashing), 후레싱 뭐라 부르던 그게 가장 큰 차이 (0) | 2022.06.06 |
장마철 홍수로 집이 침수가 되었을 때 조치요령, 곰팡이 피해방지가 최우선 (0) | 2022.06.0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