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을 때 외부 마감을 하는 부분에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후레싱(플래슁)을 얘기할 것이다. 미국엔 많고 우린 거의 없다. 같은 목조주택인데도 그렇다. 그럼 어느 한 곳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일단 후레싱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설명을 좀 한다. 후레싱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는 건축재료를 얘기한다. 재질은 뭐가 되었든 상관이 없다. 얇은 금속판이든 플라스틱이든 바르는 페인트 방식이든 물의 방향만 원하는 대로 바꿔 주는 기능을 가졌다면 후레싱(Flashing)이라고 부른다.
나처럼 장판을 길게 잘라서 후레싱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전에 집 지으면서 여름철에 비 올 때 처마에서 낙수물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나 낭만적일 것이란 희안하게 얄굿은 생각에 처마 물받이를 안만들었다. 덕분에 겨울철내내 눈 녹아 떨어지는 차가운 물에 뒤통수를 얻어맞으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숱하게 보낸다음 더이상은 깨달음이 없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처마 물받이를 설치를 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따로 설치를 하다보니 게다가 좀 있어보이는 제품으로 설치를 하다보니 물받이와 지붕처마 사이에 틈새가 벌어져서 비만 오면 더 큰 깨달음의 시간들을 보낼 수 밖엔 없었다. 그러다가 계시를 받아만든 것이 장판을 붙여 물의 흐름을 물받이 안으로 살짝 꺾으면서 미끄러지도록 유도해 주는 이 "장판플래슁"이다. 재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의 방향을 변화시켜 흐르도록 유도하는 기능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이런 후레싱이 미국의 목조주택 건축현장에선 곳곳에 잔뜩 설치가 된다.
주요한 부분들은 아래 그림과 같다. 지붕, 창문, 벽체 하단 등 빗물의 방향을 바깥쪽으로 유도가 필요한 부분들이다. 비를 가장 많이 맞는 지붕이 가장 중요한데 지붕 후레싱 의 종류만 해도 드립에지후레싱, 스텝후레싱, 밸리후레싱, 킥아웃후레싱, 아이스댐후레싱 등이 있다. 그 다음엔 창의 위 아래로 설치가 되는 후레싱이 중요하다. 벽체와 기초를 연결하는 부위에 설치가 되는 것도 벽체의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 후레싱이다.
그런데, 이 많은 후레싱들이 국내에만 오면
어디로 가버리는지 스스륵 사라진다. 신기한 일이다. 후레싱이 별 쓸모가 없었다면 미국에서도 없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쪽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만들어 붙이느라 애를 쓰는데 유독 우리나라에만 오면 행방불명이 된다.
누가 내게 미국집이 오래가냐 한국집이 오래가냐를 묻는다면 대답은 뻔하다. 미국집이다. 왜냐면 주택 문제를 일으키는 물을 집 밖으로 유도해 내보내는 후레싱이 많으니까. 오래가는 내구성 좋은 집을 원한다면 무슨 재료로 집을 지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후레싱과 같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부분들을 빼놓지 않는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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