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흙집인데 추워서 통나무집을 짓겠다는 분들에게 추천하지 않은 이유

집에 대한 생각

by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2. 5. 25. 06:40

본문

나보다 더 높은 곳에

해발 700미터가 넘는 곳에 살고 계신 분들이 방문을 하셨다. 내가 있는 곳이 한 오백오십미터정도 되니 기본적으로 온도가 1.5도는 더 낮은 곳에 사시는 분들이다. 겨울철엔 여기가 영하 25도라면 그쪽은 영하 30도는 될 것 이다. 남한에서 제일 추운 곳이다. 황토집을 짓고 사신다고 했다. 춥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황토는 단열재가 아니다. 역시나 집수리, 핵심만 얘기하면 단열강화에 대하여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오셨단다.

 

들어보니 본인들이 직접 자신이 살 집을 지으신 것 같다. 대단한 분들이다. 자기 집을 직접 짓는 분들은 존경의 대상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 집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어본 분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기도 하다. 남다른 생각과 결단력과 실행력이 아니면 내가 살 집은 내 스타일대로 짓겠다는 결심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왠만해선 남들 말 잘 안듣는 그런 성향도 좀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자신이 직접 짓는 집들중엔 흙집이 많다. 재료 구하기가 쉽고, 공정이 복잡하지 않고, 혼자서도 시간과 노력만 꾸준히 투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다고 하고. 아마도 그래서 그분들도 흙집을 선택을 하셨을 것이다.

 

외국의 흙집 사진

 

문제는 집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서

정보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쩔수 없는 현상이다. 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발달되기 전엔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집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엔 혼자 집 짓기에 참고가 될만한 책들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만 봐도 그 넓은 교보문고에 집짓기에 참고될만한 책들이 한두권 있을까 말까 하던 시절이었고, 그 책들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냥 자기 집 지은 수기 정도에 불과한 것들이었으니까.

 

덕분에 단열성이 많이 부족한 집이 국내에서 제일 추운 곳에 지어지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아마 몇년은 별다른 부족함이 없이 살지 않았을까 싶다. 좀 추우면 불 많이 때고 옷 좀 하나 더 껴입고 살면 되니까. 그리고 원래 예전 집들이 대개 다 그런 식으로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집이 좀 춥다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근방에 단열이 잘된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다음부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맘이란 원래 모를땐 그냥 넘어가도 알고나면 즉, 비교 대상이 생기면 그 부족함을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추측일 따름이다.

 

흙집에서 단열이 취약한 지붕과 외벽부분에 대한 단열보강에 대한 의견을 드리고 나니, 은근 통나무집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신다. 도브테일 방식을 얘기하는 것을 들으니 벌써 관련된 지식이 꽤 되시는 것 같다. 통나무집에 대한 매력을 좀 느끼시는 것 같다. 내가 영하 25도나 되는 혹한의 날씨에도 난로 하나로 겨울을 지냈다는 얘기에 끌리셨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좋다는 얘길 기대하셨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집에 대해선 꽤나 객관적이다. 내가 사는 집이 통나무집이라고 좋게만 얘기하진 않는다. 살림집으로 수공식통나무집은 적합하지 않다고 얘길해 드렸다. 일단 갈라지고 내려앉고 하는 통나무집의 기본적인 특성이 그런 것을 대범하게 넘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나 여성들에겐 더 그럴것이라고 했다. 역시나 같이 오셨던 여성분은 딱 감을 잡으신다. 3~4년은 그런 현상이 생길 것이란 말에 벌써 통나무집은 저 멀리 머리속에서 지워버리신 것 같은 반응이다. 남자분은 좀 아쉬워하는 것 같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선 포기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공식 통나무집 사진

건강에 좋다고 해서 황토집에 사시는 분들이 통나무집을 건강 때문에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뭔가 황토집보단 나은 것이 있어야만 한다. 단열이니 하는 것들은 통나무집이 훨씬 더 낫지만 갈라지는 것, 요건 흙집도 비슷하긴 하지만, 수축하며 가라앉는 것(세틀링)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일 것이다. 집에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여자분들에게는 또 다른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통나무로만 된 울퉁불퉁한 벽면도 문제이다. 우리 집사람의 첫번째 수공식 통나무집 거부반응 항목이다. 같이 사는 마누라도 설득 못시켰는데 어찌 남들을 설득시킬수 있을까?  그냥 통나무집 좋다는 사람만 상대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수공식 통나무집은 살림집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여성분들이 싫어합니다. 아예 대놓고 얘길한다. ㅎㅎ

 

수공식 통나무집이 부담이 되는 분들에겐 대안도 있다.

포스트앤빔 방식으로 지으면 된다. 이 방식은 여성분들의 거부감이 많이 덜하다. 한옥에 경량목조주택을 섞어놓은 주택과 비슷하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통나무집은 포스트앤빔방식으로 지어진다. 통나무집 짓는 빌더들도 수공식 통나무집 보다는  대부분 이 방식으로 먹고 살고 있으니 나한테도 뭐라 그러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

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흙집에 사시는 분들은 나름대로의 흙집의 장점에 반한 매니아들이다. 수공식 통나무집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에겐 단점일지 모르지만 나 같은 매니아들에겐 나무가 갈라지는 것 조차도 매력적인 것으로 보인다. 수공식통나무집은 누구나 살 수 있는 그런 집이 아닌 매니아들을 위한 그런 집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을 알고 선택을 해야만 후회가 없다. 그런 것들을 알고 집을 지어야만 분쟁이 없다. 

 

어떤 집이건 간에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 집이 어떤 특성을 가진 집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어야만 할 도덕적인 의무같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